‘오바마의 퍼스트 프렌드’ 밸러리 재럿 백악관 선임 고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권력남용 잡음 안 낸 ‘나이트 스토커’… “남은 생애 동안에도 오바마 보좌할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8년 내내 보좌한 밸러리 재럿 백악관 선임고문(60·사진)의 별명은 ‘나이트 스토커’다. 업무 시간 후에도 틈만 나면 대통령을 찾아가 ‘괴롭히며’ 각종 정책을 조율하고 최종안을 내는 산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서는 ‘문고리’인 재럿을 통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그를 둘러싼 비선(秘線) 논란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를 선임고문에 정식으로 선임했고, 공식 석상에도 자주 대동하고 다녔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25년 지기이자 ‘퍼스트 프렌드’로 불리는 재럿 선임고문은 내년 1월 20일 오바마 대통령 퇴임 후 계획에 대해 “내 남은 생애 동안 가장 가까운 곳에서 최선을 다해 그를 보좌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24일 오바마 부부와 함께 백악관을 떠나게 되는 재럿 고문을 조명하면서 그만큼 8년을 한결같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고문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재럿의 사무실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 바로 옆에 두고 자택도 백악관 근처여서 오바마 부부가 밤늦게 피자를 사들고 찾아가 몇 시간 동안 환담하기도 하는 허물없는 사이다. ‘오바마의 오른팔’을 자처한 재럿은 주군을 위해 정치적 암투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 1기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 클린턴이 2014년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행정부 2기 대외정책을 호되게 비판하자 지난해 3월 재럿이 사실상의 대선 후보인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을 언론에 유출해 앙갚음했다는 것이다.

 재럿과 오바마 부부의 인연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럿은 1991년 시카고 시장실 부비서실장으로 있을 때 하버드대 로스쿨을 갓 나온 27세 변호사인 미셸 로빈슨(미셸의 결혼 전 성)을 시장보좌역으로 채용한다. 이듬해 결혼한 오바마 부부는 재럿과 진보적 흑인 정치인이란 공감대로 가까워졌고 지금까지 동고동락하는 정치적 동료가 된다.

 재럿은 오바마 8년 임기 중 최고의 정책으로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꼽았다. 지난해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 합법화와 동성애자 군복무를 허용한 것도 쾌거였지만 총기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데 실패한 것은 안타깝다고 LAT에 밝혔다. 재럿의 할아버지는 1970년 워싱턴의 한 치과에서 강도의 총에 맞아 살해당했다.

 재럿은 2011년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처음 만났다며 “당시 그는 매우 우아하고 품격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원활한 업무 인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퇴임 후에도 둘째 딸 사샤가 고교를 졸업하는 2019년까지 워싱턴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 활동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재럿 또한 CNN 워싱턴 주재 기자인 외동딸을 언급하며 “당분간 워싱턴에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공직 진출을 비롯한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도 아직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오바마#재럿#나이트스토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