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수중드론 훔쳐 가”… 中매체 “성탄절 선물 고마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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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5년만에 美군사장비 억류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무인 수중 드론(UUV)을 ‘포획’하는 전례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중국이 이틀 만에 미국에 반환하기로 합의해 큰 충돌로 비화하지는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환율과 무역,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로 갈등을 빚고 있는 양국이 군사 분야로까지 전선을 넓히는 상황이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마찰이나 충돌을 빚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함을 상기시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15일 오후 필리핀 수비크 만에서 북서쪽으로 50해리(약 92km) 떨어진 남중국해에서 미국 해군함정 ‘보디치’가 드론 회수 작업을 하던 중 중국 해군함정 ‘다랑 3호’에서 내린 소형 보트가 드론 한 대를 낚아채 갔다. 미군은 불과 500야드(약 457m) 떨어진 다랑 3호에 즉각 반환을 요구했지만 중국 측은 응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16일 공식 외교 절차를 통해 반환을 촉구했다. 중국이 미국의 군사 장비를 억류한 것은 2001년 4월 하이난 섬 부근에서 미군 정찰기가 중국 전투기와 충돌한 뒤 하이난 섬에 불시착하자 억류했다가 반환한 후 15년 만이다.


 중국 국방부 양위쥔(楊宇軍) 대변인은 17일 “남중국해에서 정체불명의 장치를 발견해 주변을 지나는 선박 및 선원의 안전에 위해(危害)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사를 벌였다”며 “조사 결과 드론으로 확인됐으며 적당한 방법으로 미국 측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피터 쿡 대변인도 몇 시간 후 성명을 내고 “중국 당국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무인 수중 드론의 미국 반환에 대한 이해를 얻어냈다”고 해 ‘드론 포획’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훔쳤다(steal)’란 표현까지 사용하며 비난하자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트럼프는 드론 반환 합의 전 트위터에 “중국이 공해에서 미 해군의 연구용 드론을 훔쳐 중국으로 가져갔다”고 비난했다. 반환 합의 후에는 “우리는 훔친 드론을 돌려받길 원하지 않는다고 중국에 말해야 한다. 그냥 갖도록 놔둬라”라고 적었다.

 이번 사건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지시로 이뤄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미 해군의 수중 드론 나포는) 일개 중국 해군군함 사령관의 지시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시 주석은 군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의도된 행위나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를 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자 중국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우스춘(吳士存) 중국 남중국해연구원장은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환추시보 주최 송년포럼에서 “지금까지 미군이 해온 여러 도발을 (중국이) 참아왔으나 더는 참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포럼에 참여한 양이(楊毅) 해군 소장은 “남중국해에서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도전을 해온다면 트럼프에 대해 어떤 환상도 갖지 말고 반드시 머리가 터지고 피가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트럼프가) 온순해지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의 해외판 소셜미디어인 웨이신(微信) ‘샤커다오(俠客島)’는 “성탄절 선물(드론) 잘 받을게”라며 미국 측을 자극했다.

 드론의 성격에 대해 쿡 대변인은 수온과 염분 등 해양 정보를 측정하는 연구용이라고 주장했지만 환추시보는 물론이고 뉴욕타임스도 문제의 드론이 중국 잠수함 정보를 수집하는 군사정보용이라고 지적했다. ‘오션 글라이더’로 알려진 드론은 길이 5∼10피트(152.4∼304.8cm)에 가격은 15만 달러(약 1억7850만 원)로 수주에서 수개월간 자동으로 해저에서 활동하며 정보를 수집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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