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인근 해역을 양국 모두 조업을 할 수 없는 '금어(禁漁)' 해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중국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이 같은 방안을 제의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을 수행 중인 헤르모헤네스 에스페론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이 다음 날 두 정상 간 협의내용을 필리핀 언론에 밝히면서 금어해역 선포방안이 공개됐다. 시 주석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금어해역으로 만드는 합의를 진전시켜 전향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지침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해안에서 230km 떨어진 스카버러 암초는 과거부터 필리핀 어민들이 고기를 잡던 지역이었으나 2012년 중국이 무력 점거한 이후 조업을 하지 못했다.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달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관계 개선을 선언한 후에는 크게 달라졌다. 최근에는 스카버러 암초 인근 해역에 있던 중국 해경선이 철수하면서 필리핀 어민들의 조업도 일부 허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 방문 직후 "조만간 스카버러 인근에서 우리 국민의 조업이 다시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해 어민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이 때문에 양국이 금어 해역 선포에 합의할 경우 생계 수단을 잃은 필리핀 어민들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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