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트럼프, 경합주 잡기 안간힘… 158명이 승부 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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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D-1]폭우 맞으며 강행군 클린턴
“미국 지켜야” 트럼프 자질론 공세… 오바마도 전국 돌며 지원 유세

하루 4개주 종횡무진 트럼프
전통적 민주 텃밭 찾아 한표 호소… 지지 철회했던 라이언 유세 합류

 미국 대선이 막판까지 대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모두 경합주를 샅샅이 누비고 있다. 클린턴은 선거 전 마지막 주말이 시작된 5일(현지 시간) 하루 플로리다 곳곳을 훑은 뒤 선거 막판에 경합주로 분류되는 미시간으로 날아갔다. 트럼프는 이날 하루에만 플로리다 위스콘신 네바다 콜로라도 등 미 남부와 중부를 거쳐 서부로 이동하는 숨 쉴 틈 없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클린턴은 플로리다 주 펨브로크파인스에서 가진 유세 도중 폭우가 내리는 중에도 비를 맞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클린턴은 “내게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사람, 내게 투표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플로리다에 사는 사람 일부가 지지하고 있는 트럼프가 과연 그런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 주 탬파 유세에서 “힐러리와 버락 오바마가 망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 여러분은 진정 오바마 3기 정부를 원하느냐”고 반문하며 “남은 기간 내 모든 것을 동원해 우리가 비기거나 앞서고 있는 곳으로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의 흑인 밀집 지역까지 찾아가 ‘흑인들은 트럼프 편(Black for Trump)’이라고 적힌 푯말을 나눠주며 클린턴이 강세를 보여 온 흑인 유권자 공략에 나섰다.

 트럼프는 6일엔 미네소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등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거나 클린턴 승리 예상 지역을 집중 방문한다. 트럼프는 전날 플로리다 유세 중 “우리가 경이적으로 잘 해내고 있는데 그들(민주당과 클린턴)이 믿지 않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두 후보는 경합주에 마지막 남은 선거자금을 다 쏟아 부을 계획이다. 특히 7일 하루에만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등 중대형 경합주를 대상으로 마지막 선거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의회전문 매체 더힐이 전했다. 클린턴은 트럼프 자질론을 집중 거론하며 지지층을 대상으로 “미국을 지키려면 우리가 단합해야 한다”며 이성에 호소하는 광고 문구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기성 정치권이 우리가 새로운 무역협정을 짜고 불법 이민자를 차단하고 더 나은 외교정책을 마련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며 오바마-클린턴을 싸잡아 비난하는 콘셉트를 잡았다고 더힐은 전했다.

 양측은 동원 가능한 인적 자원도 총동원하고 나섰다. 클린턴은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지 연설로 화제를 모은 무슬림 전몰용사 부친인 키즈르 칸과 합동유세에 나선다. 특히 지난주부터 전국을 돌며 클린턴 지지 유세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도 막판까지 트럼프 융단 폭격에 가세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4일 대표적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 주 페이엣빌주립대 체육관에서 “노스캐롤라이나는 내가 두 번의 대선에서 모두 승리한 곳인데 이번엔 경합주로 분류되고 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라면서 “트럼프는 장애인을 조롱하고 이민자를 범죄자, 성폭행범으로 부르는 사람이다. 이런 무자격자를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6일 위스콘신 주에서 공동 유세에 나섰다. 사전투표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라이언 의장은 5일 공화당 내 소식지를 통해 “대선 당일 공화당 상하원 의원 후보는 물론 우리 당 후보 트럼프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공화당 지도부가 막판 연방수사국(FBI)의 클린턴 개인 e메일 추가 수사 결정으로 판세가 흔들리자 다시 트럼프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커피를 사려는 고객들에게 컵 색깔 선택권을 줘 대선 판세를 파악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으로 민주당 상징인 파란색 컵을 선택한 고객이 31%로 공화당 상징색(빨간색)을 선택한 고객 비율(29%)보다 2%포인트 많았다. 어느 당 후보도 지지하지 않은 고객(보라색 컵)은 무려 40%에 달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모두 ‘역대 최고 비호감 후보’라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뉴햄프셔 주의 한 농산품 판매점에서 실시된 ‘트럼프 화장실’ 대 ‘클린턴 화장실’ 투표, 요리·가정잡지 ‘패밀리 서클’이 실시한 ‘클린턴 쿠키’ 대 ‘멜라니아(트럼프 부인) 쿠키’ 대결에서도 클린턴이 모두 이겼다. 마음에 드는 후보 마네킹이 서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두 후보 측이 제시한 쿠키 만드는 법 중 더 맛있는 걸 고르는 방식으로 투표가 이뤄졌다.

 캐나다 아일랜드 뉴질랜드의 섬 휴양지 등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서 이민 가고 싶은 미국인들은 우리에게로 오라”는 내용의 광고까지 내보내고 있다고 미 공영 라디오방송 NPR가 전했다. 특히 캐나다 북부 노바스코샤 주의 작은 섬 ‘케이프브레턴’은 올 초부터 홈페이지에 “트럼프가 이기면 케이프브레턴으로”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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