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판 흔드는 FBI… 트럼프, 클린턴 제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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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WP, e메일 재수사후 여론조사
트럼프, 5월이후 처음으로 앞서… 美대선 6일 남기고 판세 요동
FBI, 이번엔 “트럼프 캠프 수사” 러시아와 연계 의혹 조사 착수
NBC “편향성 논란 진화 나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개인 e메일에 대한 추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클린턴을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FBI 수사가 대선 판을 뒤집는 막판 복병으로 떠오른 것이다. 클린턴에 대한 표적 수사 논란에 휩싸인 FBI는 트럼프 후보의 전직 핵심 참모와 러시아 간의 연계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1일 공개된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는 46%를 얻어 45%인 클린턴에게 1%포인트 앞섰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7∼30일에 1128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FBI의 클린턴 개인 e메일 추가 조사 결정이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추가 조사 결정을 발표한 시점은 지난달 28일로 FBI 발표가 여론이 반전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같은 여론조사(지난달 25∼28일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트럼프에게 46% 대 45%로 1%포인트 앞섰다. ABC방송과 WP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클린턴을 제친 것은 5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다른 조사에서도 트럼프가 판세를 리드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두 사람의 승부가 초박빙세를 보이는 가운데 NBC는 FBI가 트럼프 캠프의 전 선대위원장인 폴 매너포트와 러시아의 연루 의혹 등을 파악하기 위한 초동 수사에 들어갔다고 수사 당국을 인용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매너포트는 6월부터 트럼프 선거캠프를 총괄했지만 친(親)러시아 성향인 우크라이나 정치인들과 결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두 달여 만에 물러났다. AP통신은 워싱턴 로비스트 출신인 매너포트가 운영하는 로비회사가 2012년 당시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위해 미 의회 등 워싱턴 정가에 로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FBI 수사 보도에 대해 매너포트는 NBC 인터뷰에서 “모두 사실이 아니다. 내가 아는 한 (나에 대해) 진행 중인 FBI 수사는 없다.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러시아 정치인들과 아무 연관이 없다”고 부인했다.

 미 언론들은 FBI가 갑자기 매너포트에 대한 수사 방침을 공개한 것은 클린턴의 개인 e메일 계정 사용 추가 수사 결정으로 불거진 정치적 편향성 시비를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NBC는 “FBI가 클린턴에 대한 추가 수사 결정으로 워싱턴이 시끄러워지자 불과 며칠 만에 트럼프 측에 대한 전면 수사도 아닌 초동 수사 결정을 흘렸다”고 분석했다.

 핀치에 몰렸던 클린턴 측은 평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좋은 리더십을 가졌다”며 치켜세운 트럼프와 러시아가 모종의 연관을 갖고 있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트럼프와 러시아 간의 커넥션을 밝혀줄 ‘폭발력 있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FBI 당국자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러시아 간 구체적인 연루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FBI는 클린턴 개인 e메일뿐 아니라 클린턴 재단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하려다 법무부와 충돌한 것으로 드러나 대선을 앞둔 미국 공직 사회의 분열상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WP는 FBI 뉴욕 요원들이 올해 초 클린턴 재단 기부자에 대한 특혜 제공 여부 등을 수사하려 하자 법무부 공직청렴팀 검사들이 “증거가 부족하다”며 제동을 걸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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