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 前하원의원 “트럼프, 아직 역전 가능성 충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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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마지막 TV토론]김창준 前하원의원이 보는 美대선
“성난 백인남성들 트럼프에 몰표… 흑인 등 클린턴지지층 투표율 낮아”

 “흑인 대통령이 8년 동안 했습니다. 이제 여성에게 넘긴다고요? ‘앵그리 화이트 맨(분노한 백인 남성)’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77·사진)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표면적으로는 열세로 나타나지만 다음 달 8일 투표에선 역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20일 전망했다.

 그는 이날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들과 ‘미 대선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간담회를 갖고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가 진행한 마지막 3차 TV 토론에 트럼프가 사활을 걸었는데 토론을 잘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와 같은 공화당 출신인 그는 “트럼프가 수세에 몰린 것으로 한국에 비치지만 미국 현지 분위기는 다르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은 “한국 언론이 CNN만 봐서는 안 된다”며 “CNN은 트럼프를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매체여서 정확한 여론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그런 까닭을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의 차이에 뒀다. 트럼프 지지자들 중엔 막말과 추문에 휩싸인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여론조사에 대놓고 밝히기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트럼프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실제 투표장엔 더욱 많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주요 지지층인 여성과 청년, 흑인계, 히스패닉계 등은 실제 투표장에 가는 비율이 떨어진다. 미국 대선일은 공휴일이 아니라 짬을 내 투표장을 찾아야 하는데 클린턴 지지층은 열성적이지 않다. 게다가 클린턴이 넉넉히 앞서고 있어 ‘난 안 가도 되겠지’ 하며 방심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하지만 백인 남성들은 지금 엄청난 상대적 박탈감에 사로잡혀 있다. 투표소로 몰려간 그들은 ‘클린턴을 찍겠다’고 아내에게 말하고는 몰래 트럼프를 찍을 것이다. 나도 그럴 것”이라며 웃었다.

 김 전 의원은 한국 사회가 트럼프 당선을 재앙으로 여기는 것은 지나친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는 재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는 있겠지만 트럼프의 연설에 과장이 적지 않아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면 한국에 미칠 파장이 생각보다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해 “클린턴은 핵 포기 전에 대화 불가 방침을 계속할 것이고, 트럼프는 당선되면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에 누가 더 도움이 될 것 같으냐”고 반문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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