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푸틴 꼭두각시” 트럼프 “정말 지저분한 여자”… 악수도 안나누고 헤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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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마지막 TV토론]막말로 끝난 클린턴-트럼프 대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사람(this person)’을 존중하지 않는다.”(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그건 (푸틴이)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꼭두각시로 있었으면 하기 때문이다.”(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19일 열린 미국 대선 3차 TV토론 초반 대법관 임명, 낙태, 이민 등 전통적인 미국 대선 쟁점에 대한 논쟁을 이어가던 클린턴과 트럼프는 토론 시작 후 30분쯤 지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제로 떠오르자 평정심을 잃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손가락질까지 해가며 공격에 나서자 클린턴은 조롱으로 맞섰다. 화가 난 트럼프는 “당신이 꼭두각시다”라고 세 번이나 반복했고, 클린턴이 “(트럼프는) 러시아로부터 계속 도움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수차례 저었다.

 이날 두 후보는 토론 전후 모두 악수는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9일 2차 TV토론 당시에는 형식적이긴 하지만 서로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는 했었다.

 토론 초반 트럼프는 어느 때보다 더 전통적인 공화당 대선 후보처럼 말했다. 총기 소유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2조가 “공격당하고 있다”며 “이를 지지할 수 있는 대법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낙태에 대해서도 “낙태를 반대하는(pro-life) 대법관을 임명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진정제를 먹었다”며 “(예전의) 트럼프가 그리울 지경”이라고 표현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를 자극하며 공세에 나섰다. 자신의 화려한 경력을 내세우면서 트럼프가 걸어온 길과 대조했다. 그는 “내가 상황실에 앉아 오사마 빈라덴 공습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때 트럼프는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클린턴재단과 관련한 질문엔 “남의 돈을 가져다 6피트짜리 트럼프 초상화를 사는 트럼프재단과 우리 재단을 비교할 수 있어 기쁘다”며 트럼프를 조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주로 하던 모욕에 가까운 잽을 날린 건 클린턴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거짓말쟁이 클린턴’을 부각시키며 반격했다. 클린턴이 자신의 성추문을 거론하자 트럼프는 “모두 소설이다. 그런데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은 소설이 아니다. 3만3000개의 e메일을 파괴한 건 범죄다. 그녀는 연방수사국(FBI), 의회, 국민들에게 수백 번 거짓말을 했다”고 받아쳤다. “전직 4성 장군은 FBI에 딱 한 번 거짓말한 죄로 감옥에 가게 될 것 같은데 (수백 번이나 거짓말한) 클린턴은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고도 비난했다.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제임스 카트라이트 전 미 합참 부의장(예비역 대장)이 언론에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FBI 조사를 받다가 기밀 유출 혐의가 아닌 ‘조사 중 거짓 진술 혐의’로 최근 기소된 것과 FBI의 법망을 빠져나간 클린턴의 사례를 비교해 공격한 것이다.

 “월가 강연에서 ‘열린 국경’을 희망한다고 말한 사실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밝혀졌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클린턴이 “러시아가 간첩 행위를 하며 미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말로 쟁점을 돌리려 하자 트럼프는 “대단한 논점 이탈”이라고 조롱했다.

 WSJ는 “세 차례 TV토론 가운데 가장 신사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애간장을 태울 것”이라며 선거 불복을 시사하고 “(클린턴은) 정말 지저분한 여자”라는 독설을 날린 트럼프의 막판 폭주에 이번 대선 마지막 TV토론은 결국 ‘막말 싸움’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클린턴이 트럼프의 ‘지저분한 여자’ 발언에도 평정심을 유지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첫 30분은 사실 굉장히 훌륭했지만 항상 그렇듯 초반의 (토론) 계획을 이어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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