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난민 전문가 차기 유엔총장은 탈북 난민부터 챙겨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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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무대에서 ‘난민 전문가’로 통하는 안토니우 구테헤스 전 포르투갈 총리가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사실상 선정됐다. 5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비상임 이사국 15개국의 6차 비공개 예비투표에서 구테헤스가 최다 표를 얻어 내년 1월부터 반기문 사무총장의 뒤를 이어 유엔을 이끌 것이 확실시된다.

 구테헤스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를 지내며 시리아 난민 사태 등과 관련해 선진국의 지원을 촉구한 난민 전문가다. 특히 중국 내 탈북자들을 북송 시 처형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현장 난민(Refugee Sur Place)’으로 정의하고 국제사회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등 탈북자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중국은 탈북자가 경제적 이유에서 국경을 넘은 ‘경제적 이주자’라고 주장하며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구테헤스는 2014년 뉴욕대의 북한인권 행사에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은 중국도 이미 서명했던 난민협약에 위배된다”고 매섭게 지적했다. UNHCR 대표 시절, 중국에 탈북자 문제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다가 거부당했지만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의 탈북자 보호 책임을 따져야 한다.

 구테헤스는 과거 난민 문제 발생의 근본 원인이 국가의 인권 침해라며 대표적 사례로 북한을 지목한 바 있다. 그렇다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고, 분쟁 예방을 위한 조정 및 중재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면할 가장 심각한 위협이 북한 문제일 것이다. 북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의 폭압적인 인권 탄압과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히 위협하고 있어 유엔 회원국 자격까지 의문시되고 있다. 최근엔 베이징 주재 북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보건성 간부 가족의 탈북 등 김정은 체제가 흔들리는 징후도 나타나 대량 탈북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동 난민의 비극은 물론이고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 도발, 인권 유린 등을 제어하지 못해 유엔의 권능과 존재 이유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북 주민들이 난민보다 나은 것도 없는 비참한 상태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구테헤스가 국제사회의 해법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한다.
#유엔 사무총장#난민 전문가#전 포르투갈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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