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 후계자’ 린뱌오 비행기 추락 원인은 “연료부족-미사일 격추 아닌 조종사 실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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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전 몽골 정보기관 작성 보고서… 홍콩언론, 美서 사본 입수해 공개

중국의 문화대혁명 기간인 1971년 9월 린뱌오(林彪·1907∼1971)의 비행기 추락사 원인은 연료 부족이나 미사일 격추가 아니라 조종사의 실수라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후계자로 불리던 그의 죽음은 중국 현대사의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몽골 정보기관이 당시 소련군의 지원을 받아 작성한 러시아어 사고 보고서 사본을 입수해 보도했다. 사고 2개월 후인 1971년 11월 20일 작성된 이 보고서는 홍콩 신세기출판사의 바오푸(鮑樸) 대표가 올해 초 미국 하버드대 페어뱅크센터 문서고에서 발견했다. 바오푸는 “아직 어떤 학자도 이렇게 중요한 보고서를 열람하지 않았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비행기를 겨냥한 미사일 발사 등 ‘적대적인 사격’은 없었다. 비행기는 시속 500∼600km의 속도로 지상에 부딪힌 뒤 오랜 시간 폭발과 화재가 이어졌는데 이는 기체에 충분한 연료가 있었음을 뜻한다.

중국 당국은 사고 후 3주가량이 지난 뒤에야 “린뱌오가 마오 주석 암살을 기도하다 실패하고 소련으로 도망가다 비행기 연료 부족으로 추락사했다”고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비행기가 격추됐다는 음모론도 제기했다.

중국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자료를 근거로 린뱌오가 마오 암살 계획인 ‘571 공정(工程)’을 세웠다가 사전에 발각됐다고 밝혔다. 작전명 ‘571’의 발음은 무장 폭동을 뜻하는 ‘우치이(武起義)’와 같다. 이 문건에 대해서는 조작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린뱌오는 중국 공산당의 항일전쟁과 대장정에 참여했던 혁명가다. 6·25전쟁 당시에도 인민해방군 총사령으로 임명됐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대신 펑더화이(彭德懷)가 참전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마오 주석의 대약진정책과 문화대혁명을 지지하고 개인 숭배를 주도했다. 1969년 공산당 당장(黨章)에 마오 주석의 후계자로 실명이 기록될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마오 주석 암살 음모에 휘말린 린뱌오는 부인 예췬(葉群)과 아들 린리궈(林立果), 수행원 6명 등과 ‘트라이던트1E’ 비행기를 타고 소련으로 망명하려다 1971년 9월 13일 오전 2시 25분 몽골 고비사막 근처에서 추락사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린뱌오#비행기추락#조종사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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