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정부-좌익 반군, 52년만에 ‘평화협정’ 체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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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정전협정 이은 후속 협상 타결… 국민투표 인준 남아… 부결될수도

중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좌익 반군세력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52년간 지속된 무장투쟁을 끝내는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이로써 1964년 무장봉기로 시작돼 22만 명 이상이 숨지고 5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을 낳았던 콜롬비아 내전이 종식 단계에 접어들었다.

콜롬비아 정부와 FARC는 24일 오후 쿠바 아바나에서 최종 평화협정이 체결됐다고 발표했다. 1982년부터 3차례의 평화협상이 결렬되고 2012년 11월 4차 평화협상에 들어가 올해 6월 정전협정 타결에 이은 낭보다.

FARC는 농촌 지역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 투자와 함께 농지개혁을 약속받고 무장 해제와 마약 밀매 근절을 약속했다. 반군 7000여 명은 6개월 이내에 31곳에 마련된 평화지대로 가서 무장 해제를 검증할 유엔에 무기를 반납하고 반군 활동을 자진 신고하면 징역형을 면책받는다. 봉사 활동으로 이를 대체하게 된다. 단, 대량 학살과 성폭행, 납치 등 반(反)인권 범죄는 제외된다. 반인권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반군에겐 정당 활동도 허용된다.

평화협정안은 아직 국민투표를 통한 인준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전체 유권자 약 3300만 명의 13%에 해당하는 430만 명 이상의 찬성표를 얻으면 시행된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10월 2일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국민투표에서 찬성 쪽이 우세하긴 하지만 투표율이 낮을 경우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AP통신은 전했다. FARC는 활동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마약 재배와 거래에 깊숙이 관여한 데다 어린이들을 납치해 자신들의 전사로 키운 탓에 국민적 거부감이 크다. 2002∼2010년 집권 당시 미국의 지원 아래 대대적 반군 소탕작전을 벌인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현 상원의원)도 평화협정에 반대하고 있다.

산토스 대통령은 우리베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매파였으나 2010년 대통령에 당선된 후 비둘기파로 변신해 평화협상 타결을 이끌어냈다. FARC 최고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57)의 변신도 주목된다. 티모첸코라는 가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2011년 11월 정부군에 사살된 FARC 지도자 알폰소 카노의 뒤를 이어 지도자가 될 때까지만 해도 강경 군사전략가로 알려졌으나 협상과정에서 합리적인 지도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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