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10년 10월 발병해 6년 가까이 현재 진행형인 아이티 콜레라 창궐에 뒤늦게 유엔의 책임을 인정해 그동안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유엔의 책임 회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유엔이 (아이티 콜레라 창궐의) 책임을 인정하는 데 5년이나 걸릴 필요가 없었다”며 “반 총장은 공식 사과하고 희생자에게 배상하는 동시에 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데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티는 100년이 넘도록 콜레라가 발병하지 않은 청정 지역이었다. 하지만 2010년 1월 대지진이 일어난 지 9개월여 만에 콜레라가 발생해 올해까지 70만 명 이상이 감염됐고 1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콜레라 발병 초기부터 네팔에서 온 유엔평화유지군을 병을 옮긴 주범으로 지목했다. 당시 네팔에서 콜레라가 창궐한 상태였고 아이티에서 발병한 콜레라가 네팔과 같은 종류라는 연구 발표도 이어졌다.
유엔은 “결정적 증거가 없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난주 NYT를 통해 보도된 파르한 하끄 사무총장 부대변인 성명을 통해 “(아이티) 콜레라 발병에 대한 (유엔의) 개입과 관련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확신하게 됐다”며 처음으로 책임을 인정했다.
NYT는 “유엔이 회원국에는 인권을 존중하라면서도 스스로는 그런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는 필립 올스턴 유엔 인권특사의 의견을 소개하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다음 사무총장은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강화하라”고 주장해 현직인 반 총장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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