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銀총재 ‘안팎 시련’

  • 동아일보

직원들 연임 반대… 해외언론도 ‘때리기’ 나서 “美에 휘둘려”… 내년 6월 임기만료 앞두고 위기

내년 6월 임기를 끝내는 김용 세계은행 총재(57·사진)가 직원연합회의 연임 반대와 해외 언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미국의 독점적인 세계은행 리더십에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사설에서 “차기 세계은행 총재 선거에서 김 총재가 자동적으로 선택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FT는 “세계은행은 투명하고 성과중심적인 지도력이 필요한 때다. 김 총재는 세계은행 주력 고객인 중산층 국가들이 자금을 늘리고 지역개발은행으로 향하고 있는 지금 세계은행의 임무를 재정립하는 데 실패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연임 반대 이유를 밝혔다. 개발도상국 지원에 소홀한 세계은행에서 김 총재가 연임할 경우 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9일 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은행 직원연합회가 최근 김 총재 연임을 반대하는 서한을 세계은행 이사회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연합회는 김 총재 퇴임을 직접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세계은행이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 이사회는 성과주의에 기반을 두고 다음 총재 물색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은행에는 미국인을, 국제통화기금(IMF)엔 유럽인(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을 앉히는 밀실 거래에 종말을 고한다”고도 했다.

세계은행 직원들과 해외 언론이 김 총재 연임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미국에 휘둘리는 세계은행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FT는 “미국이 앞으로도 세계은행을 미국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한다면 세계은행 신뢰도가 약화되고 미국 스스로에도 불이익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총재는 5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1991년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고 2009년 다트머스대 총장을 지냈다. 2012년 세계은행 총재 선거 때 개도국들이 미국인 선임을 견제하며 명망 있는 후보를 추천했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미는 김 총재가 선출됐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용#세계은행 총재#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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