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가 폭로한 e메일 내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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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민주당 전당대회 개막]
“샌더스 무신론적 성향 이슈화해야”
“민주당원이었던 적 없어… 대통령 못돼”

“바보 같은 이야기. (버니 샌더스)는 대통령이 못 됩니다.”

데비 슐츠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은 5월 21일 DNC의 홍보 담당자인 미란다 루이스에게 e메일 한 통을 보내 샌더스 상원의원을 이렇게 깎아내렸다. 샌더스가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DNC 위원장을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묻어 있는 편지였다.

슐츠 위원장은 샌더스가 민주당이 자신을 차별 대우한다고 언론을 통해 주장하자 4월 24일 e메일에선 “민주당원이었던 적도 없고,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건지도 이해하지 못한 사람처럼 말한다”며 샌더스를 비판했다.

위키리크스는 22일 이런 대화를 포함해 DNC 지도부 인사들의 e메일과 첨부파일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e메일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 별도의 검색도구까지 제공했다.

공정한 경선을 치러야 할 DNC의 고위 당직자가 노골적으로 유력 후보인 샌더스를 깎아내리고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을 편애한 정황이 드러나자 미국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지도부가 샌더스 캠프를 고의적으로 방해하려 공모한 부끄러운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논란에 연루된 건 슐츠 위원장뿐만이 아니다. 5월 5일 브래드 마셜 DN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에이미 데이시 DNC 최고경영자(CEO) 등 고위 당직자 3명에게 e메일을 보내 샌더스의 무신론 성향을 공격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마셜 CFO는 “(경선이 곧 펼쳐질) 켄터키와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 누군가가 (샌더스의) 신앙에 대해 물어볼 수는 없느냐”고 덧붙였다. 이에 데이시 CEO는 “아멘”이라며 마셜 CFO의 제안에 화답하기도 했다.

전대를 코앞에 두고 내부 분열 위기를 맞은 클린턴 캠프는 러시아 정부 개입설을 제기해 상황 반전을 꾀했다. 클린턴 캠프 로비 묵 본부장은 24일 CNN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는 동유럽이 러시아에 공격당해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꼭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등 러시아가 좋아할 만한 발언을 해왔다. 유권자는 이 점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해 러시아가 트럼프를 도울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강조했다.

NYT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명령을 내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개된 e메일의 메타데이터는 이 문서들이 러시아 소재 컴퓨터를 거쳐 갔음을 암시한다”며 러시아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에 트럼프 캠프 담당자 폴 매너포트와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CNN에 출연해 러시아가 트럼프를 돕기 위해 e메일을 해킹했다는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된다. 이보다 더한 거짓말은 생각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데비 슐츠#샌더스#위키리크스#dnc#푸틴 러시아 대통령#트럼프#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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