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갈것” “잔디 깎아야해”… 거물급 인사 대거 보이콧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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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당 전당대회]쪼개진 공화당… ‘반쪽 全大’
트럼프 후보지명에 반대 표명… 全大 열린 오하이오 주지사도 불참

미국 공화당의 거물급 인사들이 도널드 트럼프(70)의 ‘대관식’인 공화당 전당대회를 노골적으로 보이콧하고 있다. 경선 때부터 인종 차별 발언과 과격한 공약으로 물의를 빚어 온 트럼프가 공화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 것을 동의할 수 없다는 메시지로 공화당의 분열상을 그대로 노출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일찌감치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전당대회에도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부시 부자가 공화당 후보 지지 선언을 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와 경선 때 경쟁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15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 칼럼에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트럼프는 공화당의 미래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2012년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놓고 트럼프를 반대했다. 그는 트럼프가 경선 승리를 굳힌 5월 말에도 “손주들에게 할아버지가 트럼프의 잘못된 행동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거물들의 잇따른 불참으로 단합을 도모할 전당대회가 오히려 당내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쇼’로 전락하면서 가족과 측근들의 자기들만의 잔치가 됐다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뉴욕타임스(NYT)와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전당대회에 참석할 공화당 하원의원은 전체 247명 중 200명 미만이다. 전당대회 불참 사유도 황당한 것이 적지 않다. 2008년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은 “그랜드캐니언으로 트레킹을 갈 예정이라 전당대회 참석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애리조나)은 ‘잔디 깎기’, 마리오 디애즈발라트 하원의원(플로리다)은 ‘이발’, 스티브 데인스 상원의원(몬태나)은 ‘낚시’를 불참 사유로 들었다.

켈리 에이욧(뉴햄프셔), 로이 블런트(미주리),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 등은 자신의 지역구 활동을 위해 전당대회에 불참한다고 통보했다.

자신의 관내에서 전당대회가 열리는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역시 행사장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로 꼽히는 오하이오 주지사가 소속 정당의 전당대회에 불참한다는 건 단순히 참석을 거부한다는 것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 폴 매나포트 트럼프 선대위원장은 “오하이오 주에서 공화당을 창피하게 만들고 있다”, “심술을 부리고 있다”, “케이식은 바보다” 등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전당대회 둘째 날인 19일 연설대에 오른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는) 내 타입의 보수주의자는 아니다”, “만약 공화당이 분열되면 미국을 또다시 4년 동안 그대로 내버려두게 된다”고 밝혀 지지 연설을 하면서도 할 수 없이 트럼프를 지원한다는 생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세형 turtle@donga.com·한기재 기자
#미국#대선#공화당#전당대회#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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