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라이벌들 빠진 공화당 全大… 분열속 ‘트럼프 추대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8일 03시 00분


18일부터 클리블랜드서 열려

“자유를 위한 극단주의는 악(惡)이 아니다. 정의를 위한 중도는 미덕이 아니다.”

언뜻 보면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가 했을 법한 말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52년 전인 1964년 7월 16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나왔다. 대회가 열렸던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는 지금처럼 분열의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시 공화당의 배리 골드워터(사진)는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이같이 말하고 “우리의 뜻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함께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반대파들과 사실상 교류 단절을 선언했다. 대항마로 나섰던 넬슨 록펠러 뉴욕 주지사는 “(극단주의자는) 미국인이 아니다. 공화당은 이들을 거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야유와 박수를 동시에 받았다.

인종차별을 금지한 1964년 민권법을 반대하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공화당에서도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골드워터는 전당대회에서도 끝내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다. 골드워터는 현직 대통령으로 선거에 나선 민주당의 린든 존슨에 1600만 표라는 엄청난 차로 대패했다. 50개 주 중에서 6개 주에서만 승리하는 졸전이었다.

18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평론가들은 트럼프가 1964년 공화당 전당대회의 교훈을 기억하고 전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통합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주간지 위클리스탠더드의 편집장인 프레드 반스는 지난달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 ‘트럼프와 골드워터의 유령’에서 둘을 비교했다. 반스는 골드워터의 후보 수락 연설은 “당 통합을 위해 반대파와 화해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며 트럼프도 그와 비슷한 행보를 밟아 왔다고 꼬집었다. “골드워터 이후로 트럼프만큼 당을 통합시키는 데 형편없었던 후보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는 경선 라이벌이었던 마코 루비오, 젭 부시는 물론이고 존 매케인과 밋 롬니 같은 전 대선 후보,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자(父子)가 모두 불참한다.

반스는 트럼프에게 전당대회 후보 수락연설은 “당을 통합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트럼프가 자제력과 친화력을 보여준다면 자신이 골드워터와는 달리 반대파가 주장하는 것처럼 (통합에 관심 없는 후보는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줄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교양지 뉴요커의 전 선임편집장인 제프리 프랭크는 지난달 21일 칼럼에서 두 전당대회를 비교하면서 올해 분열이 더욱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1964년 전당대회는 당시 참석자인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골드워터의 후보 수락연설에 대해 “몸이 아플 정도였다”고 비판할 만큼 분열 양상이 심각했다. 하지만 분열을 사후에라도 봉합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같은 당내 원로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현재 공화당의 원로 격인 부시 가문 인사, 밋 롬니, 존 매케인이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며 대회에 얼굴을 비출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한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를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와 비교해 보도했다. 베트남전쟁에 대해 첨예하게 갈라졌던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로 올해 공화당 전당대회가 “가장 폭발성 있는 요소들의 조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시와 비슷한 분열이 드러난다면 “트럼프에게는 치명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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