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대인 표심, 트럼프 이탈…‘다윗의 별’ 사건이 뭐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7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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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과 100달러 지폐 이미지를 조합한 선거 홍보물로 미 대선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을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돈과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6일 미국 내 유대계 매체인 ‘유대인 인사이더’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 사건 이후 유대인 사회에서는 ‘다시 한번 트럼프의 반 유대주의가 노골적으로 나타났다’는 반응이 나온다.

유대인들은 트럼프가 ‘다윗의 별’ 홍보물에서 힐러리를 ‘역사상 가장 부패한 후보’라고 비난한 것은 ‘유대인이 돈을 밝힌다’는 ‘반(反) 유대 편견에 편승한 인종 차별적 언사라고 본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에 미국이 ’중립‘을 취해야 한다고 말한 트럼프에 반감을 가진 유대인들의 ’반 트럼프 정서‘가 이번 논란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유대인이며 미국 헌법과 형법의 권위자로 꼽히는 앨런 더쇼비츠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5일 CNN ’투나잇 쇼‘에 출연해 “다윗의 별 사건은 트럼프를 지지하던 일부 유대인들의 마음도 돌아서게 만들 것”이라며 “공화당 지지자이며 트럼프를 찍으려 했던 5명의 유대인 지인들이 이번 사태로 트럼프에게서 돌아섰다”고 말했다.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을 펼치는 공화당의 리사 스파이즈는 “유대인들은 이런 일(인종차별과 반 유대주의를 연상시키는 행동)이 트럼프 진영에서 너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유대인들의 반 트럼프 활동이 본격화되면 미국 주류층의 표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대인은 미국 전체 인구의 3%인 600여만 명이지만 금융계를 중심으로 정·관계, 법조계, 언론계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5일 지역구인 위스콘신 주의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대선 과정에서 반유대인 이미지가 설 자리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사태의 확산을 우려했다.

다윗의 별 사태로 트럼프의 사위이며 선거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유대계 미국인 재러드 쿠슈너(35)도 덩달아 ’장인의 반 유대주의를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쿠슈너가 소유하고 있는 주간지 뉴욕옵서버의 문화부 기자인 데이나 슈워츠가 5일 자사 홈페이지 여론 코너에 ’한 유대인 직원이 쿠슈너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슈워츠는 이 글에서 “기본적인 상식과 역사에 대한 지식만 있어도 다윗의 별을 돈과 함께 표현할 때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는지는 알 수 있다”며 “이 나라의 나쁜 사람들은 당신 장인의 메시지를 ’반유대주의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슈워츠의 서한이 게재된 과정도 화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슈워츠는 옵서버의 켄 커슨 편집장에게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싶다‘는 허락을 받고 글을 게재했다. 그러나 커슨 편집장은 슈워츠의 글이 온라인에 오를 때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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