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운명 가를 ‘캘리포니아의 혈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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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前대통령 정치참모
“샌더스, 캘리포니아 승리땐 경선판도 송두리째 흔들릴수도”
‘힐러리 낙마’ 시나리오도 등장

경선 완주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사진)의 ‘다 된 밥’에 재를 뿌리고 있다. 클린턴의 낙승이 점쳐졌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7일 캘리포니아 경선에서 초박빙이 예상된다. 만약 ‘샌더스가 캘리포니아에서 이기면 클린턴이 후보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판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정치참모 출신인 선거전략가 더글러스 숀 씨(63)는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캘리포니아 경선에서 샌더스가 승리할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경선 판도가 송두리째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숀 씨는 샌더스의 막판 선전이 이미 클린턴 지지를 선언한 슈퍼대의원들의 동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70)와의 본선 경쟁력도 샌더스가 클린턴보다 우세한 데다 클린턴은 e메일 스캔들 등 법률적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약점으로 꼽았다. 아울러 클린턴에 대한 일반 유권자의 비호감도와 불신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숀 씨는 심지어 “민주당 내에선 ‘조 바이든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진보 진영에서 인기가 많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나서는 시나리오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은 클린턴을 지지하는 것 같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바이든 구원투수’ 카드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뜻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까지 했다.

WSJ는 “산술적으로 대선후보 확정을 코앞에 둔 클린턴을 향해 ‘당신이 후보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클린턴은 경선 승리에 필요한 대의원 수(2383명)의 97.1%(2313명)를 확보한 상태이다. 따라서 샌더스(확보 대의원 1545명)의 역전은 산술적으론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상원의 해리 리드 원내대표는 1일 AP통신 인터뷰에서 “7일 경선이 끝나면 샌더스는 ‘수학은 수학’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경선 포기 선언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샌더스의 열성 지지자들은 ‘버니가 아니면 꽝(Bernie or Bust)’이란 구호를 앞세우고 “클린턴을 후보로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인정할 수 없다. 전당대회에서 비민주적인 경선 규정의 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일 것”이라며 당 지도부와 클린턴 측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선 샌더스가 아니면 아예 트럼프를 찍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아 클린턴이 이들의 표를 어떻게 끌어모을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클린턴이 샌더스의 주 지지층인 젊은 세대와 강경 진보 세력의 지지를 흡수하지 못하면 본선에서 트럼프를 상대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미국#대선#힐러리#클린턴#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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