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 취임 직후 남중국해 항구부터 찾아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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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 민병대’ 격려-기념사진 촬영
이듬해 남중국해 분쟁때 어민출동… 베트남 어선 공격해 침몰시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주석 취임 직후 남중국해와 맞닿은 하이난(海南) 도의 남부 항구도시를 방문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당시는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간 해상패권 다툼이 불붙기 전이다. 중국의 새로운 최고지도자가 된 시 주석이 다른 방문지를 제쳐두고 남중국해 거점 항구도시부터 찾아간 것은 영토 주권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SCMP는 시 주석이 2013년 4월 8일 하이난 도 동남쪽 충하이(瓊海) 시의 항구도시 탄먼(潭門)을 방문했다며 당시 시 주석이 현지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한 사진을 함께 보도했다. 이 사진은 탄먼의 길거리에 입간판으로 세워졌다. 탄먼은 남중국해로 나가는 어선의 90%가량이 속한 항구도시다.

시 주석이 탄먼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탄먼진 해상민병련(海上民兵連)’이었다. 어부를 모집해 평소에는 어업활동을 하지만 어민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키는 역할도 맡고 있다. 중국의 비밀병기로 알려진 ‘어민병단(漁民兵團)’ 양성소인 셈이다. 어민 민병들은 미군 구축함이 ‘항행의 자유’ 확보를 위해 중국 인공섬 가까이에 나타나면 어선을 몰고 출동해 진로를 방해하는 등 중국 해군을 지원해 왔다. 이 때문에 중국 매체들은 ‘어민 민병이 남중국해의 방어선을 지킨다’, ‘어민 민병이 필리핀과 베트남의 이상 동향을 정찰한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SCMP는 당시 시 주석의 탄먼진 해상민병련 방문을 보도한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시 주석이 어민 민병들과 악수하며 그들의 전투 능력과 규율, 애국심을 치하하고 현대적인 장비에 숙달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 방문 이듬해인 2014년 5월 26일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西沙 군도)에서 베트남의 목조 선박을 뒤에서 들이받아 침몰시킨 철제 트롤어선 ‘충둥팡(瓊東方) 11209호’가 탄먼진 해상민병련 소속이었다. 중국이 그해 5월 2일부터 해저 석유시추 작업을 시작하자 베트남 어선들이 접근해 항의를 벌이던 중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

1985년 설립된 탄먼진 해상민병련은 어민 민병을 모집해 군사훈련을 시키고 정보수집 활동을 해왔다. 인공섬 건설에도 참여하는 등 ‘남중국해 영토주권 방어’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SCMP는 보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시진핑#남중국해#어민민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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