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산티아고의 한 동물원. 알몸의 남성이 사자 우리로 뛰어들었다. 갑자기 이뤄진 실제상황. 지켜보던 수많은 관람객이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른다. 먹잇감을 자처한 남자에게 사자들이 달려들고…. 큰 혼란 속에서 사육사는 결국 사자 두 마리를 사살하고 남자를 구해 병원으로 옮겼다.
영국의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20세 칠레 남성이 21일(현지시간) 알몸으로 산티아고의 한 동물원 사자 우리에 뛰어들었다. 그가 벗어둔 옷 속에서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이 적힌 종이가 나왔다.
이 남성은 사자 우리 지붕으로 올라가 밧줄을 타고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 사자들은 이를 무시했지만, 남성이 사자의 목에 매달리는 등 자극하는 행동을 하자 공격을 시작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의미를 잘 알 수 없는 종교에 관한 말을 떠들고 있었다고 한다.
사건은 관람객들로 한 창 붐비는 시간대였다. 이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고, 아이를 데려온 부모들은 자녀의 눈을 손으로 가렸다.
상황을 최초로 발견한 사육사는 호스로 물을 뿌려 사자를 막으려고 하다가 곧 마취총을 쏘려고 했다. 하지만 마취총은 사자가 아닌 남성의 목에 맞았고, 급박한 상황 속에서 사육사는 사자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 두 마리의 암수 사자는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총을 맞고 죽었다.
남성은 머리와 골반에 부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은 심했지만 의료진은 “고비만 넘기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동물원장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면서도 자신을 비롯한 동물원 직원들은 가족이나 다름없었던 사자들의 죽음에 매우 슬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동물원 측에서 더 빠르게 대응했다면 사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밤 사람들은 동물원 앞에 모여 촛불시위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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