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휴일을 맞아 해운대해수욕장으로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햇살이 따갑자 송림그늘로 숨어들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이 이상폭염에 헐떡이고 있다. 한국은 19일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1.9℃까지 올라가 5월 중순 기준으로 84년 만에 가장 더웠다. 예년 서울 평년 낮 최고기온인 23℃보다 8℃ 이상 높았다. 서울에선 20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폭염주의보가 도입된 2008년엔 7월 5일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것을 감안하면 최근 연간 무더위가 급격히 빨리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폭염은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아시아 여러 국가들에서도 폭염 비상이 걸렸다.
가장 심각한 국가는 인도로 19일 북서부 라자스탄 주에서 인도 사상 최고기온인 51℃가 관측됐다. 같은 날 서부 구자라트 주 아메다바드 시 기온도 100년 만에 최고인 48℃를 기록하고 수도 뉴델리 기온이 46.4℃까지 오르는 등 나라 곳곳에서 50℃에 육박하는 기온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 사상 최악의 고온 재난이다.
이런 고온은 4월부터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인도 매체 ‘힌두스탄타임스’는 “폭염으로 4월부터 현재까지 인도 전역에서 4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더위 사망자도 많다는 관측도 있다. 뉴델리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전체적 발전센터(CHD)는 “지난 45일간 노숙자 377명이 사망하고, 노약자들의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는 등 더위와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사망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라자스탄 주 둥가르푸르에서는 20일 나무에 매달려 사는 박쥐 300마리가 한꺼번에 나무에서 떨어져 죽은 채 발견됐다. 살갗이 얇은 박쥐들이 더위를 견디지 못해 집단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더위뿐 아니라 수개월째 이어진 가뭄은 주민의 고통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뉴델리에서는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강수량이 예년 평균 59㎜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7㎜에 불과하다. 인도 당국은 “전 국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억3000만 명이 가뭄으로 인한 식수와 용수 부족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가축과 농작물이 폐사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메콩강 수위는 1926년 이후 9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물 부족으로 인한 고통이 유역 내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채소 값이 40%나 폭등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 4월이 137년 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4월 기온으로는 가장 따뜻한 달을 기록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세계 기온은 12달 연속 신기록을 갱신해 왔다. 이런 추이면 이번 5월도 역사에서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18일 “2016년이 기상관측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99%”라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4개월 동안의 기온 기록만으로도 이런 전망이 확실시 된다는 것이다. 기상전문가들은 특히 올해는 ‘엘니뇨’에 따른 이상 고온과 가뭄이 최근 수십 년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세계 기온도 2014년부터 3년 연속 매년 가장 더운 해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연간 단위로 가장 더운 해 기록이 3년 연속 이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지구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달’ ‘가장 더운 해’라는 보도는 더는 새롭지 않을 정도로 일상적인 일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최고 기록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영국 기상청은 올해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 평균기온보다 1.14도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급속한 지구 온난화의 흐름을 막지 못하면 최근의 폭염주의보 기록은 머잖아 ‘시원했던 기록’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