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70) 특유의 독설에 정면으로 맞서서 제대로 견뎌낸 정치인은 지금까지 없었다. 트럼프는 강력한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텍사스)에겐 ‘거짓말쟁이 테드(lying Ted)’,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45·플로리다)에겐 ‘꼬마 마코(little Marco)’라고 별명을 붙여 쉽게 제압했다. 트럼프는 11월 본선에서 맞붙게 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도 ‘사기꾼 힐러리(crooked Hillary)’라고 부른다. 공화당 경선 과정은 이런 트럼프와 막말 대결을 벌여서는 좀처럼 이기기 어렵다는 걸 보여줬다. 루비오는 ‘트럼프는 희대의 사기꾼’이라며 독설로 맞섰다가 중도 하차를 선언하며 “내가 결국 트럼프처럼 돼버린 사실이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했다”고 후회했다.
이런 ‘독설의 달인’ 트럼프에게 진정한 맞수가 나타났다. 진보의 전사(戰士), 월가의 보안관이라고 불리는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67·매사추세츠·사진)이다.
워런은 강경 진보세력으로부터 대선 출마 압력을 받았으나 고사했던 사람이다. 지금은 클린턴의 부통령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워런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직후인 4일 트위터에 “트럼프가 지닌 ‘증오와 불안의 독극물’이 백악관에 이르지 못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올렸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7일 트럼프가 클린턴과 워런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트럼프 대 워런의 트위터 전쟁이 불붙었다.
“부패한 클린턴이 얼간이(goofy) 워런을 러닝메이트로 삼기 바란다. 내가 둘 다 무찔러 주겠다.”(트럼프)
“얼간이라고? ‘최고의 언어’만 구사하시는 분이 붙인 별명치고는 너무 변변찮은데…. 약해!”(워런)
“얼간이 워런 당신이 약하고 무력하지.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 말만 많고 행동은 없고.”(트럼프)
“트럼프라는 ‘불리(bully·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는 딱 한 가지 기술밖에 없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역겨운 거짓말 하는 것 말이야.”(워런)
“워런은 너무 쉽지. 내가 금방 바보로 만들 수 있어.”(트럼프)
“아니. 당신의 인종 차별, 성 차별, 외국인 혐오로는 나를 바보로 만들 수 없어. 날 역겹게 만들 뿐이지. 그리고 난 혼자가 아냐.”(워런)
이 맞짱 설전은 4시간 동안 계속됐다. 소셜미디어에선 ‘트럼프 대 워런’ ‘불리 대 구피(goofy)’ ‘트위터 챔피언 대 트위터 도전자’ 등의 제목으로 크게 회자됐다. 뉴욕타임스는 10일 “워런은 민주당과 트럼프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급부상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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