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표심 빨아들이는 트럼프

  • 동아일보

웨스트버지니아 경선 출구조사… 민주당 지지자 35% “트럼프 찍겠다”
트럼프, 샌더스 표까지 흡수 조짐

유권자들의 민심이 민주당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보다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에게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이 14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0일 웨스트버지니아 경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는 ‘11월 본선에서 누굴 지지하겠느냐’고 묻자 82%가 트럼프라고 했고, 2%만이 클린턴을 뽑겠다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했을 때는 45%가 클린턴을, 35%가 트럼프를 찍겠다고 했다.

웨스트버지니아가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긴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 중 3분의 1 이상이 트럼프를 찍을 수도 있다고 답한 것이다. 특히 본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민주당 성향 유권자 중 63%는 이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을 지지했다. 샌더스의 지지자들 중 상당수가 ‘클린턴보단 차라리 트럼프를 찍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클린턴이 경선 완주 의지를 밝힌 샌더스의 표를 가져오는 데 애를 먹는 반면 트럼프는 샌더스 유권자까지 지지층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요 이슈에 대한 민심도 트럼프 쪽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무역협정이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공화당 지지자 중 67%는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답했고, 25%만이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도 53%가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35%가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답했다. CNN은 “이 지역의 탄광산업이 무역협정의 영향으로 쇠락하면서 협정을 추진한 민주당에 반감이 크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웨스트버지니아에선 76.9%를, 네브래스카에선 61.4%를 득표해 이날까지 최소 1119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과반 대의원(1237명)에 118명을 남겨두고 있다. 트럼프는 2000년 개혁당 대선 후보 출마를 검토했을 때 펴낸 저서 ‘우리에게 걸맞은 미국(The America We Deserve)’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무법자들을 겨냥한 정밀타격(a surgical strike)을 지지한다”며 북한 핵 원자로 폭격을 주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출구조사#트럼프#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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