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잘마시면 높은 점수? 中 직업학교 음주량 졸업시험 대체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4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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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직업학교(전문대학) 교사가 학생들의 음주량 측정으로 졸업시험을 대신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교사는 술을 잘 마시는 순서대로 학생들에게 좋은 점수를 줬다.

14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구이저우(貴州) 성의 한 직업기술학교 제약과의 학과장인 구(顧)모 씨는 11일 오후 2시반경 학과장 사무실에서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의 ‘음주 졸업시험’을 치렀다. 그는 평가를 받으려는 학생들에게 “필기 대신 구두시험을 치르기로 했다”며 “학교를 졸업하면 제약회사에서 영업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술을 잘 못 마시면 영업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학과장 사무실 탁자에는 중국 전통 술인 바이주(白酒)가 3분의 2 정도 담긴 1회용 투명 컵 30잔이 놓여 있었다. 구 교사는 학생들에게 “한 잔을 단숨에 마시면 100점을 받을 것이고, 절반만 마시면 90점이다. 한 모금만 마시면 60점이고, 전혀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시험에 떨어질 것”이라며 구체적인 채점 기준까지 제시했다.

바이주는 40~60도로 알콜 함유량이 높다. 일부 남학생들은 음주량 측정 시험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학과장을 위해 축배를 들기도 했다. 여학생들 중에는 단 한 번도 술을 마셔본 적이 없는 학생들도 많았으나 점수를 받기 위해 술을 마셨다. 학생 대부분은 음주량 측정 졸업시험에 참가했다.

이런 사실은 학생들이 음주량 측정 시험이 끝난 뒤 술을 마시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 등에 올리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 건물을 빠져나올 때 술에 취해 비틀거렸으며, 집에 가서 토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화가 난 학부모들은 “교사가 학생들을 데리고 술을 마셨다”며 학교 측에 구 교사의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학교 측은 논란이 커지자 학과장인 구 교사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구 교사는 학생들과 사무실에서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했으나 음주량 측정으로 졸업시험을 대체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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