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보·보수가 모두 사랑한 ‘컨트리 뮤직의 전설’ 멀 해거드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7일 2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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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철날 때도 됐지’라는 번안곡으로 알려진 ‘오키 프롬 무스코기(Okie from Muskogee)’로 유명한 미국 컨트리뮤직의 전설 멀 해거드가 숨졌다. 그의 매니저는 해거드가 79세 생일을 맞은 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 세드로에서 숨졌다고 이날 발표했다.

해거드는 소외된 미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노래를 많이 발표해 ‘노동자들의 시인’으로 불린 싱어송라이터이다. 대표곡 중 하나인 ‘싱 미 백 홈’(1968년)은 사형수가 사형을 앞두고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다. 하지만 ‘무스코기의 촌놈들’이란 뜻의 ‘오키 프롬 무스코기’(1969년)는 미국 보수파의 성가(聖歌)가 된 역설적 가수이기도 하다.

무스코기는 미국의 깡촌으로 유명한 오클라호마 주의 작은 마을. 해거드는 히피문화가 판치던 1960년대 말 이 마을을 지나다가 “우리 무스코기에선 마리화나를 피우지 않네/LSD(마약)에 빠져 해롱대지도 않는다네/대로변에서 군대영장을 불태우지도 않네”로 시작하는 노래를 발표했다. 히피문화에 대한 염증과 건강한 미국 향촌문화에 향수를 담은 이 노래는 미국 보수파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선거철마다 공화당의 로고송처럼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거드는 민주당 지지자였다. 2008년 대선에선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노래를 발표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곡도 불렀다. 어쨌든 진보파와 보수파 양쪽에서 모두 사랑받은 그는 1994년 컨트리 뮤직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가수 서유석이 번안한 ‘철날 때도 됐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담배 한 대 못 피우고 나는 밀밭에도 못 간다네/머리만은 텁석부리지만 히피족은 진정 아닙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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