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년 전 초신성 폭발의 순간, 가시광선 영역서 첫 관측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15시 00분


코멘트


“우리의 DNA를 이루는 질소, 치아를 구성하는 칼슘, 혈액 속의 철, 애플파이 속의 탄소는 모두 붕괴하는 별의 내부에서 합성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별의 자녀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의 말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의 상당수는 태양과 같은 별 안에서 수소 원자의 융합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금속 원소는 태양보다 훨씬 큰 별이 수명을 다해 엄청난 섬광을 발하는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때 형성된다. 따라서 초신성 폭발의 순간은 인간 기원의 순간이기도 하다. 그 초신성 폭발의 순간이 가시광선 영역에서 처음으로 관측됐다.

피터 가나비치 인디애나주 노터데임대 천체물리학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12억 광년 떨어진 ‘KSN 2011d’라는 이름의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장면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고 CNN이 22일 보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가 공개한 관연 동영상을 보면 붉은 색 별의 표면에 흰 빛의 소규모 폭발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다가 눈부신 섬광의 충격파를 뿜으며 확장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천체물리학자들이 ‘쇼크 브레이크아웃’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과거에는 X레이 망원경을 통해서만 이를 관측했다.

우리 태양의 500배 질량을 지닌 이 별이 눈부신 섬광을 내고 숨을 거두는 데는 고작 20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그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데는 12억 년이 걸렸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별의 면적은 우리 태양과 그 주변을 도는 지구의 궤도를 품을 정도다. 연구팀은 케플러망원경을 통해 관측 가능한 수백개의 적색거성을 30분에 한 차례씩 분석하는 일을 3년간 되풀이함으로써 50조 개의 별을 조사해 이 중 초신성 폭발의 섬광을 찾아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