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오바마와의 만남 피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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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쿠바 88년만의 정상회담]3월 셋째주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접견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55)와 쿠바 혁명의 살아있는 전설 피델 카스트로(90)의 깜짝 회동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양국 관계자들은 “둘의 만남을 서로 제안한 적도 없고 예정에도 없었다”고 억측을 경계했지만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심 피델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동생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85)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1959년 쿠바 혁명의 주역으로 50년 가까이 최고 권력자였던 형 피델 전 의장까지 만난다면 미-쿠바 관계 정상화의 상징으로 대내외에 홍보할 수 있었다. 그는 현지에서 미국 ABC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고령인 그의 건강이 허락된다면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피델은 지난해 5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고 같은 해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기도 했다. 지난주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쿠바를 찾아 피델을 만났고, 오바마가 도착하기 하루 전에 돌아갔다.

하지만 피델은 남미의 좌파 대통령은 만나면서 미국 대통령은 만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오바마가 쿠바를 방문해 쿠바인을 놀라게 하고 그들의 미래를 재설정할 때 피델은 (오바마의) 시야와 마음에서 멀어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피델은 2006년 장출혈로 건강이 악화된 후 2008년 동생 라울에게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물려주고 공식 은퇴한 뒤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상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에 ‘피델의 반응’이란 제목의 기사가 피델의 바이라인으로 정기적으로 나왔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생일(8월 13일) 때까지는 모습을 보기 힘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미국#쿠바#정상회담#피델#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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