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보 음악 흐르고 모히토 마셨지만… 건배사 사라진 ‘냉랭한 만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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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쿠바 88년만의 정상회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21일(현지 시간) 88년 만의 정상회담에 이어 국빈만찬장에서 다시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반 아바나 혁명궁전에 마련된 만찬장에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도착해 카스트로 의장과 다시 반갑게 악수했다. 그러나 냉랭한 기운이 흐른 회견 분위기 탓인지 서로 얼싸안거나 친밀한 악수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 대신 서로 거리를 두고 긴 악수가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 동행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을 카스트로 의장에게 소개했다. 친한파인 찰스 랭걸 민주당 하원의원도 만찬에 참석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 없이 만찬장 헤드 테이블에 앉았다. ‘파일데 유스’라는 밴드가 연주하는 맘보 음악에 귀를 기울인 뒤 별다른 말 없이 메뉴를 집어 들었다. 만찬 메뉴는 쿠바풍이었다.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즐겼다는 쿠바 칵테일인 모히토를 곁들인 새우 무스, 쿠바 명주인 럼주가 가미된 크림수프가 햄과 함께 나왔다. 메인 요리는 쿠바식 전통 돼지고기 요리였다. 식후용으로 쿠바산 명품 시가도 준비됐지만 금연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시가를 피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 니코틴 껌을 씹으며 흡연 유혹을 참고 있다.

이날 만찬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두 정상의 건배사가 빠진 점이다. 통상 국빈 만찬에선 두 정상이 상대방 언어로 건배사를 하며 우의를 다지는 게 보통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건배사와 유머 섞인 연설 대신 기막힌 쿠바 음악만이 흐른 만찬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쿠바#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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