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필리핀과 5개 軍기지 ‘순회 사용’ 협약…中 강력히 비난,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0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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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필리핀과 5개 군기지 ‘순회 사용’ 협약을 맺어 ‘아시아 재균형’ 정책 실행을 위한 군사적 교두보를 하나 더 마련했다. 중국은 ‘미국이 군사적 긴장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관영 언론은 ‘핵무기 역량 강화’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1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필리핀은 18일 남부 ‘안토니오 바티스타 공군기지’ 등 4개 공군기지와 팔라얀의 막사이사이 항구에 미군이 순회 주둔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에이미 서라이트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이 협약은 2014년 4월 양국이 체결한 방위협력 확대 협정에 따른 것”이라며 “4월에는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필리핀을 방문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 필리핀 미국 대사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강화하고 필리핀과의 동맹관계를 격상시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감을 높이는 의미가 큰 협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1991년까지 94년간 주둔했던 것처럼 영구 주둔을 하는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며 10년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다니엘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는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헤이그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이 (5월 하순) 나오기 전 이 협약이 맺어진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해 중재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힌 중국을 압박하는 의미가 있음을 시사했다.

존 리처드슨 미국 해군 참모총장은 1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를 매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스카보러 암초는 2012년 중국이 실효 지배한 뒤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중이며 필리핀은 국제 중재재판소에 제소했다. 리처드슨 참모총장은 중재재판소 판결은 중국이 스카보러를 ‘배타 구역’으로 선포할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스콧 스위프트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16일 호주 캔버라의 한 연설에서 “‘힘이 곧 정의’라는 중국의 태도와 남중국해 도서의 군사기지화는 이 해역에서 전례 없는 무기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군의 일부 인사들이 끊임없이 긴장을 과장하고 심지어는 긴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정작 미국이 남중국해에 공격형 첨단무기를 배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8일 “중미 관계가 엉망이 된 상황에서 핵 역량은 앞으로 양국 의지의 최종적인 히든 카드가 될 것”이라며 “따라서 중국은 흔들림 없이 핵 역량을 강화하고 2차 핵 타격 능력을 부단히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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