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굴기… 스위스 최대 바이오기업 52조원에 인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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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얼의 GE가전 인수액 8배… 켐차이나, 美업체와 경쟁서 승리

종자와 농약 등 농화학 분야 세계 1위인 스위스 대기업 신젠타를 집어 삼키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전쟁에서 중국 국영기업이 세계 최대 유전자변형작물(GMO) 기업 몬산토를 꺾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스위스의 종자(種子) 대기업인 신젠타를 중국 국유 화학기업인 켐차이나가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인수 금액은 430억 달러(약 52조4000억 원)로 지금까지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규모로는 최대다.

지난해 미국 경쟁회사인 몬산토가 제시한 460억 달러(약 55조9800억 원)보다는 30억 달러 적지만 인수 대금을 대부분 현금으로 주겠다는 중국의 통 큰 제안에 계약이 성사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켐차이나는 이미 은행에서 250억 달러(약 30조5000억 원) 규모의 단기 대출을 받아둔 상태다. 글로벌 M&A시장에서 ‘차이나머니’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사례다.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둔 신젠타는 북미지역 종자 및 작물보호제(농약) 시장의 메이저 기업이다. 2000년 제약사 노바티스와 제네카 농화학 부문이 합병해 설립된 신젠타는 그동안 몬산토 바스프(BASF)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매수 의사를 타진받았다. 계약이 최종 타결되면 켐차이나는 세계 최대 농약제조사가 된다. WSJ는 “바이오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정받는 농약과 종자시장에서 1등이 되려면 신젠타를 인수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산층의 곡물 소비 증가와 농지 축소로 식량 부족에 허덕이자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 왔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이 수입한 종자 규모는 6300t으로 전년 동기보다 2.9배나 늘었다.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종자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중국의 해외기업 M&A 규모는 2008년 540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해마다 10∼15% 이상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최대 M&A 계약은 켐차이나 컨소시엄이 세계 5위 타이어업체인 이탈리아 피렐리를 85억5000만 달러(약 10조8300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큰손’ 중국의 행보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1월 중국 최대 백색가전 회사인 하이얼이 미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54억 달러(약 6조5502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한 달간 글로벌 M&A에 투입된 차이나머니는 220억 달러(약 26조7000억 원)에 이른다고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이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저가 대량생산’의 이미지를 버리고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바꾸기 위해 첨단 기술을 갖춘 외국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M&A를 장려하고 있다”며 “위안화 약세로 M&A 시기를 늦추면 더 비싸게 살 수밖에 없어 서두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차이나머니#바이오기업#하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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