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구덩이에서 흰색 안전모가 올라오자 환호성이 터졌다. 직경 71.1cm의 ‘생명 구멍’을 통해 로프를 내려보낸 뒤 마음을 졸이며 기다린 지 15분 만에 첫 번째 구조자가 기중기 로프에 매달려 올라왔다. 주위에 있던 구조대원과 시민, 취재진 1000여 명은 눈물을 흘렸다. 생중계하던 관영 중국중앙(CC)TV 여기자는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발생한 중국 산둥(山東) 성 핑이(平邑) 현 위룽(玉榮)상업무역주식회사의 석고광산 붕괴 사고로 지하 220m 탄광 속에 고립돼 있던 자오즈청(趙治誠·50) 씨 등 광부 4명이 29일 구조됐다. 고립된 지 36일 만이다. 갱도 붕괴로 29명이 매몰되거나 고립됐으며 이 중 15명이 구조되고 1명은 사망했다. 13명은 아직 생사를 모른 채 실종 상태에 있다.
지하 갱도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갇혀 있던 광부가 구출되기는 중국에서는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3번째 기록이다. 2010년 10월 칠레 산호세 광산 사고 당시 광부 33명이 69일 만에 구조됐다.
구조된 광부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올해 춘제(春節·설날·2월 8일)에는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반(半)관영 통신 중국신원왕이 전했다.
이날 구조된 4명은 구조 당국이 사고 사흘째 이들의 생사를 확인한 뒤 직경 21.6cm의 구멍을 뚫고 내려보낸 식량과 전등, 휴대전화에 의지해 버텨 왔다. 하루에도 수차례 통화하고 수시로 의료 전문가들의 전화 상담을 받았다. 지상에서 내려보낸 포커 카드를 하며 초조함을 달래기도 했다.
광산 소유주인 위룽의 마충보(馬叢波) 회장은 사고 이틀 후인 지난달 27일 오전 2시 반경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구조를 위해 뚫어 놓은 구멍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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