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무슬림여성, 영어 못하면 추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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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라디오 방송서 밝혀 ‘파문’
“사회적응 못하고 IS에 물들어… 입국 2년반후 영어시험 통과해야”
무슬림단체 “도 넘은 발상” 반발

‘영어를 못 한다면 영국을 떠나라.’

영국 정부가 사회 통합을 이유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무슬림 여성들을 추방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사진)는 18일 BBC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 이슬람국가(IS)와 같은 단체의 선동 메시지에 영향을 받기 쉽다”며 “향후 영어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무슬림 여성은 추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에 거주하는 무슬림 여성 가운데 22%는 영어를 거의 모른다.

영국 정부는 10월부터 무슬림 이민자 여성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비용으로 200만 파운드(약 34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5년짜리 배우자 비자로 영국에 들어오는 여성이 입국 2년 반이 지난 시점에 영어능력시험을 치러 통과하지 못하면 추방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이민법도 영국에 입국하는 이민자들에게 적정 수준의 영어 구사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영어 능력 부족이 결국 테러를 불러온다’는 영국 정부의 인식이 알려지자 무슬림 단체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라마단재단의 무함마드 샤피크 대표는 “캐머런과 보수당 정부가 강한 이미지를 심기 위해 또 무슬림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영국 의회도 무슬림 이슈로 시끌시끌했다.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통제해야 한다”는 막말을 쏟아낸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영국 입국을 불허해 달라는 시민 요청에 대해 영국 하원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영국에서는 10만 명 이상이 서명하면 관련 주제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트럼프 입국 불허’ 건에는 무려 57만 명이 서명했다. 의원들은 트럼프를 가리켜 ‘관심병 환자’ ‘선동가’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의회는 특정인의 입국 불허 권한이 없다. 권한을 가진 내무부는 “입국 불허는 신중히 해야 한다”는 원칙론만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데이비드 캐머런#영국#무슬림#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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