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규제 호소… 오바마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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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에 숨진 초등생 생각하면…” 행정명령 발표하다 울컥
판매인 등록-구매자 조회 의무화… “총기 로비에 맞서 美시민 보호”
공화 대선주자들 “헌법위반” 비난… 힐러리는 “중요한 발걸음 내디뎌”

5일 오전 11시 45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

역사적인 총기 규제 행정명령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표정이 어두웠다. 2012년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피해자 부모들과 잠시 포옹한 뒤 회견을 시작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침통한 모습을 보였다. “(코네티컷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진) 그 1학년생들, 뉴타운….”

달변의 오바마 대통령이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왼쪽 눈에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 그는 “어느 누구도 총기가 사랑하는 아이들의 목숨을 빼앗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라고 말한 뒤 회견을 일단 멈췄다. 그의 양쪽 뺨엔 이미 두 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진 (샌디훅) 초등학교 1학년생 20명을 생각하면 미칠 지경이다. (내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의 거리에서는 (이런 일이) 매일 일어난다.” 오바마 대통령은 손수건도 없이 손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몇 초 뒤엔 결연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 로비에 맞서야 한다. 주지사와 입법가들, 비즈니스맨들에게 우리 공동체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그러고는 앞으로 모든 총기 판매인은 연방정부의 면허를 얻어 등록하고, 구매자의 신원 조회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하겠다고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특유의 감성적인 연설로 총기 규제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폭스뉴스처럼 공화당에 우호적인 매체는 “오바마 대통령이 계산된 눈물을 흘렸으며,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며 비판적인 논조였다.

평소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에 반대했던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행정명령이 총기 소지를 인정한 ‘수정헌법 2조’ 위반이라며 이날 회견을 맹비난했다.

공화당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회견 전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선두권으로 부상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오바마의 위헌적 행정 조치들에 맞서 싸우겠다”고 비판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수정헌법 2조를 약화시키는 데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총기 폭력과 관련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환영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눈물#총기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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