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만성화-복지축소에 반발… “난민에 일자리 뺏길라” 미래 불안
젊은층 지지율 극우정당이 1위… 스타급 극우 정치인 인기도 한몫
유럽에서 젊은층의 극우화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젊은 유권자들은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의 기치를 내건 극우 정당의 선거 돌풍에서 핵심 축이 됐다고 유럽 언론이 보도했다. 외국인 혐오와 국경 통제를 주장하는 극우의 목소리는 더 이상 나이가 지긋한 보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유럽에선 좌파에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많다는 것은 이제 성립하지 않는 등식이 됐다.
젊은층의 극우화 물결은 이달 6일 실시된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두드러졌다. 당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은 28%의 지지율로 1위에 등극했다. 이 가운데 18∼34세 젊은 유권자층에선 35%의 지지를 받았다. 사회당은 22%, 공화당은 19%를 얻는 데 그쳤다. 2차 투표에서 지는 바람에 FN이 최종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젊은층의 극우화 돌풍에 유럽은 충격에 빠졌다.
10월에 치러진 오스트리아 빈 시장 선거에서는 ‘난민 저지용 장벽 설치’를 주장하는 극우 자유당(FPO)이 30세 이하 유권자들로부터 30.7%의 득표율을 올렸다. 독일의 극우 집회인 ‘페기다’(PEGIDA·서구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유럽의 애국자들)의 과격 집회를 주도하는 층도 대부분 20, 30대 청년이다.
독일 일간 도이체벨레는 “20년 동안 만성화된 높은 청년실업률과 사회복지 감소를 지켜본 유럽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극우 정치에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20, 30대 젊은이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극우 정당의 변신 노력도 한몫 거들고 있다. 오스트리아 FPO의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셰 대표(46)는 정장 대신 청바지와 선글라스를 즐겨 쓴다. 그는 래퍼 ‘MC블루’와 함께 선거 캠페인용 뮤직비디오도 촬영했다. 이 동영상에서 젊은이들은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배경 음악으로 깔고 “HC, HC”(하인츠크리스티안의 애칭)을 외쳐댔다.
프랑스 FN의 ‘떠오르는 스타’는 26세인 금발 미녀 정치인 마리옹 마레샬르펜이다. FN 창립자인 장마리 르펜의 손녀이자 르펜 당수의 조카인 마레샬르펜은 이번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FN 지지자인 마티유 멜릴리 씨(30)는 “파리의 ‘보보스’(부르주아 보헤미안) 정치인들에겐 환멸을 느꼈는데 그녀의 젊음이 우리를 들끓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정치분석가들은 ‘젊은층의 극우 바람’을 유럽 쇠퇴의 징조로 본다. 극우 정당의 반이민 구호가 먹히는 것은 앞으로 30년 안에 비(非)백인 이민자와 자녀가 유럽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 수준이 낮은 청년층에서 극우 정당의 인기가 높다. 이들은 올해만 100여 만 명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몰려든 난민들이 저숙련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을 두려워한다.
네덜란드 극우 정당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당수는 최근 국회 연설에서 “지금 유럽의 이슬람화를 막지 못한다면 ‘유라비아’(Eurabia·유럽과 아라비아의 합성어)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선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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