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눌렀을 뿐인데…태국 군부, 20대 남성 왕실모독 혐의로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3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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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페이스북에 올라온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88)의 풍자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20대 남성이 최대 징역 32년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타나코른 시리파이분(27)이 왕실모독죄 혐의로 군부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타나코른 씨는 지난 2일 국왕의 풍자 사진과 군부 비리를 담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지인 608명의 페이스북에 이를 퍼나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풍자 게시물을 처음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태국에서는 국왕과 왕족을 모독한 경우 형법 112조에 따라 최대 15년(외국인 최대 3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태국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왕실모독죄의 모호한 규정을 악용해 검열을 강화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군부 집권 이후 왕실모독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모두 50여 명으로 과거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왕실모독죄를 둘러싼 외교 마찰도 잦아지고 있다. 글린 데이비스 태국 주재 미국 대사는 9일 “왕실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는 이유로 수감돼선 안 된다”고 발언했다가 왕실모독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뉴욕타임스(NYT) 아시아판은 1일 1면에 태국 왕실 후계 구도에 대한 분석 기사를 게재하려다가 왕실의 압력으로 기사가 빠지면서 일부가 공란으로 발행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NYT는 지난 9월에도 태국 왕실 승계에 대한 분석기사를 실었다가 발행이 금지됐다. AP통신은 “군부가 왕실모독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 언론·출판 업계가 왕실 관련 기사를 자체 검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는 내년 1월 말 새 헌법개정안을 발표하고 2017년 중반 총선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설 기자snow@donga.com
#태국#왕실모독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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