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미일동맹 강화 구상’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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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지사 “새 미군기지 매립승인 취소”
아베, 女자객 앞세워 지사 공격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65) 일본 오키나와(沖繩) 현 지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아베 총리가 미국과 약속한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오키나와 북동부의 헤노코(邊野古) 연안 매립 승인을 13일 취소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 내 미군 전용 시설의 74%가 집중돼 있는 오키나와에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는 요구다.

아베 총리에게 후텐마 기지 이전 약속 실현은 미일 동맹의 신뢰관계를 지탱하는 기본 정책과제다. 일본 정부는 19년 전인 1996년 오키나와 남부의 주택 밀집지역 한가운데 위치한 후텐마 기지를 이전하기로 미국과 약속한 상태다.

오나가 지사가 헤노코 연안 매립 승인을 취소해도 아베 정권은 효력정지 신청서를 즉각 국토교통상 앞으로 제출해 무효화에 나설 예정이어서 당장 실현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미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진 양측의 대결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오나가 지사는 지난달 21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까지 날아가 “오키나와 사람의 자기결정권과 인권이 무시당하고 있다”며 국제사회를 향해 아베 총리를 비난했다. 이 자리에서 가지 미사코(嘉治美佐子) 주제네바 일본대표부 대사가 오나가 지사의 주장에 반박하는 등 일본 내 갈등이 국가 간 공방을 방불케 했다. 오키나와의 반발 배경에는 독립국인 류큐 왕국이었다가 1872년 일본 정부에 편입된 점, 일제가 아시아 태평양 전쟁 말기 오키나와를 본토 방어의 방패로 삼아 주민 20만 명이 사망한 데 대한 한(恨)이 깔려 있다.

아베 총리는 7일 개각 때 오키나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자객’을 임명했다.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에 임명한 시마지리 아이코(島尻安伊子) 의원이 그 주인공. 그는 일본 본토 출신이지만 남편을 따라 오키나와에 정착해 2004년 11월 나하(那覇)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나하 시장이 오나가 지사였다.

시마지리 의원은 이후 오나가 시장의 옹립에 힘입어 2007년 참의원 의원에 처음 당선됐지만 오나가 지사를 배신하고 아베 정권에서 장관이 되자마자 11일 오키나와 각지에서 당근정책을 제시하는 등 오나가 지사 공격의 선봉에 섰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아베#공격#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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