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3명 ‘의문의 추락사’ 요양원에 몰카 설치했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1일 0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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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요양시설 직원이 입소자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자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이 요양시설은 지난해 말 입소자 3명이 뚜렷한 이유 없이 추락사해 ‘죽음의 요양원’이라고 불려왔던 곳이다. 경찰은 추락사 원인도 석연치 않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로 했다.

문제가 된 요양원은 도쿄(東京) 인근 가와사키(川崎) 시의 ‘S아뮤 가와사키 사이와이초’. 정원 80명의 이 요양시설은 식비 관리비 등 한 달 비용이 22만 엔(약 220만 원)에 달해 주로 중산층 노인이 입소한다.

85세 여성 입소자의 장남이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녹화한 영상이 10일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 요양원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 영상에서 직원은 손으로 입소자의 머리를 강하게 내려쳤고, 안고 있던 몸을 침대에 던졌다. 시설 측은 논란이 확산되자 “입소자와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런데 이 요양원에서 지난해 11월과 12월 80, 90대 남녀 입소자 3명이 베란다에서 추락해 사망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오전 1시 반~4시 반 사이 시설의 4~6층에서 떨어졌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중 지난해 12월 31일 6층에서 추락사한 96세 여성은 자신의 방이 아닌 다른 방에서 떨어졌는데 이 여성은 노쇠해 걸을 때도 부축을 받아야 할 정도여서 타살 의혹이 제기돼 왔다.

언론 취재 결과 이 요양원에는 예전에도 직원들의 학대와 도난 사고가 빈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은 20~40대 남성 직원 4명이 80대 여성 입소자에게 ‘죽어라’라며 폭언을 퍼붓거나 머리를 때렸다고 보도했다. 올해 3월에는 혼자 목욕하던 80대 남성이 실신 상태로 발견됐고, 5월에는 입소자 방에서 돈을 훔친 직원이 체포됐다.

일본 언론에서는 수도권의 요양시설 부족으로 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없게 된 것이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일본에서는 고도성장기 수도권에 상경한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수도권 지바(千葉) 현의 도키와다이라(常盤平) 지역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44%에 이른다. 하지만 땅값과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 의료 및 요양시설을 필요한 만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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