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17명과 동시에…남친의 교통사고 소식에 병실로 갔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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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자 친구의 사고 소식을 듣고 황급히 달려온 샤오 리 씨는 병실 문을 여는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남자 친구 위안 씨 곁을 다른 여성들이 지키고 있었던 것. 하나 둘 모여든 여성은 이내 십여 명으로 불어 병실이 가득 찼다.

여성 17명을 동시에 사귀어 온 중국의 카사노바가 교통사고로 덜미를 잡혔다. 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의료진이 환자의 휴대전화 연락처로 전화를 돌리면서 여성들이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천하의 난봉꾼이다” “바람둥이는 교통사고를 당하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후난(湖南) 성 창사(長沙) 시에 사는 위안 씨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만난 20대~40대 여성 17명과 짧게는 10달부터 길게는 10년 가까이 만나왔다. 그의 오랜 ‘문어발 연애’는 철저한 준비로 가능했다. 휴대전화 3개를 돌려쓰면서 늘 바쁘다는 분위기를 풍겨 여성들과 종종 연락두절 상태로 지냈다. 상대 여성이 카사노바의 사생활에 깊게 알게 될 즈음에는 곧바로 연락을 끊고 꼬리를 감춘 것이다. 데이트 도중 담배를 핀다거나 편의점에 다녀온다는 핑계를 대고 또 다른 여성을 만나는 ‘쪼개기 데이트’ 신공도 보였다.

현지 언론은 “한 여성은 그와의 사이에서 아이까지 낳았으며, 여성들 중 네 명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다”고 전했다.

평범한 외모의 위안 씨는 여성들의 심리를 세심히 읽으며 상대방의 마음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휴대전화 연락처에서 ‘목표’라고 분류된 그룹 안에는 200명이 넘는 여성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었다. 한때 그와 만났다는 30세의 여성은 “만난지 얼마 안 됐을 때 그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다가왔고, 동정심에 마음을 열게 됐다”며 “그는 기본적으로 여성의 심리를 이용할 줄 아는 남자”라고 말했다. 그는 종종 여성들에게 돈을 요구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분개한 여성들은 똘똘 뭉쳤다. 소셜네트워크(SNS) 상에 단체방을 만든 뒤 그의 행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그를 사기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의식을 되찾은 위안 씨는 사태를 깨닫곤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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