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AIIB 창립회원국으로 참여…‘굴욕적인 가입’ 내부 반발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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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에는 순조로운 첫발을 내딛었지만 대만과의 관계에서는 악재를 낳았다. 대만이 가입 과정에서 굴욕을 당했다며 내부 반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지난달 31일 오후 6시 AIIB 창립회원국 가입 마감 직전에 가입 의향서를 제출했다. 다만 다른 국가들이 ‘AIIB 임시 사무국’을 통해 제출한 반면 대만은 중국 국무원 산하 대만판공실에 의향서를 내고 대만판공실이 사무국에 신청했다.

1일 대만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은 “중요한 일을 사전에 국회와 상의 없이 졸속 처리했을 뿐만 아니라 대만판공실을 통해 신청해 주도록 요청한 것은 국격(國格)을 떨어뜨린 행위”라고 비난했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달 31일까지 접수된 가입 신청국을 발표하면서 대만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대만을 국가가 아닌 중국의 한 개 지방정부인 성(省)으로 여기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대만의 가입으로) 두 개의 중국, 혹은 하나의 중국과 하나의 대만이라는 문제가 출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오즈궈(毛治國) 대만 행정원장(국무총리 격)도 “AIIB에 가입하는 대만 명칭을 ‘중국 타이베이’로 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중화 타이베이’가 최소한의 국제관례”라고 반발했다. 이런 점을 미뤄볼 때 명칭에 대한 합의도 없이 서둘러 가입의향서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의 일부 국민들은 ‘굴욕적인 가입’이라며 항의 시위에 나섰다. 중국은 대만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아시안 게임과 같은 스포츠 행사 참가 외에는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에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에 자국이 주도하는 AIIB에는 대만도 가입도록 해 영향력을 확인하면서도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중국, 두 개의 체제)’를 강조하다 반발을 사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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