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王 “평화국가로서 이웃나라와 함께 가야”… 아베 우경화 견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4일 03시 00분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23일 만 81세 생일을 맞아 “일본이 평화국가의 길을 계속 걸어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밝혔다.

일왕은 이날 거처인 도쿄(東京)의 고쿄(皇居)에서 사전에 진행된 언론 인터뷰 도중 이같이 말했다. 일왕은 ‘전쟁과 평화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 일본의 변함없는 발전을 추구해 나갈 때 일본이 세계 속에서 안정되고 평화롭고 건전한 국가로서 이웃 나라들은 물론이고 되도록 많은 세계 각국과 함께 서로 도와주며 나아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답했다고 NHK방송이 23일 보도했다.

또 일왕은 “앞서 전쟁에서 300만 명이 넘는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그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도록 항상 더 나은 일본을 만드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남은 우리에게 부과된 의무이며 다가올 시대를 향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인상 깊었던 일에 대해선 일본인 과학자 3명이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사실을 꼽았다.

아키히토 일왕은 팔순을 맞은 지난해에도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전쟁’을 꼽으며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알 권리’ 침해 논란을 일으키며 국민적 반발이 강했던 특정비밀보호법안을 강행 처리한 직후여서 일왕 발언의 배경에 관심이 쏠렸었다. 81세 생일에 밝힌 메시지 역시 아베 총리가 이달 중순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뒤 평화헌법 개정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일종의 ‘견제구’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아키히토 일왕은 2001년 “제50대 간무왕의 생모는 백제 무령왕의 직계 후손이다. 내 몸에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2005년 미국령 사이판을 방문했을 때는 한국인 전몰자 위령탑에 참배했다. 2007년에는 도쿄의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사망한 이수현 씨를 소재로 만든 영화 시사회에 참석하는 등 한국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왕의 평화 메시지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침략 전쟁에 패한 뒤 아키히토의 부친인 히로히토(裕仁) 일왕 시절부터 ‘일왕=평화주의자’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메시지도 철저하게 관리해왔다. 생일 때마다 나오는 평화의 메시지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왕 생일#일본#아베 우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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