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참패 책임” 대만 내각 총사퇴

  • 동아일보

마잉주 총통도 黨주석직 내놓을듯
타이베이시장 당선 커원저
“민진당 옛 친구, 국민당은 새 친구”, 야당과 거리두는 발언… 행보 주목

대만 집권당인 국민당의 ‘11·29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했다. 대만 행정원은 1일 오전 임시회의를 열고 각료 81명 전원이 사퇴하기로 했다고 대만 언론이 보도했다. 총리 격인 장이화(江宜樺) 행정원장은 지난달 29일 지방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마잉주(馬英九) 총통도 3일 당 중앙상무위원회에서 국민당 주석 사퇴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선거 패배의 후폭풍이 강하게 일고 있다. 마 총통이 내각 총사퇴를 승인하면 새 내각 구성 전까지 과도 내각 체제가 운영된다.

이런 가운데 야당 단일후보로 무소속으로 출마해 수도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커원저(柯文哲·55·사진) 당선자가 자신을 지지한 야당 민진당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발언을 해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커 당선자는 선거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대만 롄허(聯合)보 인터뷰에서 “민진당은 옛 친구, 국민당은 새 친구다”라며 “민진당과는 종속관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시장 취임 전 민진당사로 인사를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민진당 등 야권의 단일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나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보다 넓게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커 당선자는 당선 소감으로 “이제 소매 걷고 일을 시작합시다”라고 말해 선거로 분열된 시민의 마음을 추스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1일에는 국민당 소속의 현 하오룽빈(학龍斌) 시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취임 전 업무 보고를 모두 받는 등 이례적으로 시장 취임 전 업무 인수인계를 상의하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커 당선자 선거대책본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홍콩 도심 점거 민주화시위가 커 당선자의 선거 승리에 기여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민진당 승리가 대만 독립의 승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에게서 보았듯 대륙과 거리를 두면 대만에서 집권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대만#내각#마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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