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톡톡]‘비정규직’ 버냉키, 담보대출 퇴짜 굴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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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인세수입 100만달러 넘지만 FRB의장때 강화한 대출규제 걸려

미국 ‘경제 대통령’의 자승자박(自繩自縛·자신의 말과 행동 때문에 스스로 곤란해지는 것)인가.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사진)이 최근 모기지 대출(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을 시중은행에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고 4일 미 언론이 보도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4년 부인과 공동 명의로 83만9000달러(약 8억8900만 원)에 구입한 워싱턴 의사당 인근 주택 가격이 최근 81만5000달러로 떨어지자 모기지 재융자를 신청했다. 매달 은행에 내는 원리금 상환액을 낮추려고 대출을 갈아타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월 원리금이 300달러 정도 줄어든다.

그러나 해당 은행은 “연준 의장이란 정규직이었다가 지금은 강연료와 저서 수입에 의존하는 비정규직이어서 대출을 새로 해주기 어렵다”고 거부했다. 비정규직 수입이 정규직 때보다 더 많아져도 같은 규제를 받는다고 했다.

1월 퇴임한 그는 의장 때 연봉이 19만9700달러였지만 퇴임 뒤 40분짜리 강연에 25만 달러를 받아 화제가 됐다. 책 선인세는 100만 달러가 넘는다. 미 시중은행의 대출요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 크게 강화됐고 그런 규제를 주도한 건 바로 버냉키 전 의장 자신이었다. 실제로 그는 2012년 3월 조지워싱턴대 강연에서도 “주택담보대출 때 상환능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소득증명 불필요’ 관행이 금융위기를 불러온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일 시카고의 한 경제 학술회의에서 자신의 담보대출 거부 ‘굴욕’을 소개한 뒤 “주택 규제는 아직도 (실물경제 회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분야 중 하나”라며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과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벤 버냉키#미국#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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