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47% “한일 정상회담 서두를 필요 없다”…중일회담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5일 13시 23분


지난 3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미국대사관저에서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헤이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난 3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미국대사관저에서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헤이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일본인 2명 중 1명은 한일 정상회담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22~24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한국과 일본의 정상회담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47%를 차지했다. 정상회담을 빨리 열어야 한다는 답변은 39%였다.

중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비슷한 답이 나왔다. 45%가 서둘러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밝혔고 39%는 빨리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의아한 통계가 또 하나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같은 시기에 벌인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11월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일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84%였다. 중일 정상회담을 빨리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39%에 그친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너무나 대조적인 결과다. 참고로 마이니치신문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선 질문하지 않았다.

동일한 중일 정상회담에 대해 동일한 시기에 질문했지만 신문사별로 조사 결과가 크게 다른 이유는 질문의 미묘한 늬앙스 차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두 신문의 정확한 질문과 답을 아래에 적었다.

①니혼게이자이신문
질문: 중국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답변: 일찍 개최해야만 한다(39%), 서두를 필요 없다(47%)

②마이니치신문
질문: 아베 총리는 11월에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일중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을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답변: 회담하는 편이 좋다(84%), 회담할 필요가 없다(10%)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찍' 혹은 '서둘러' 정상회담을 열어야 하는지 초점을 맞췄고 마이니치신문은 정상회담 개최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서로 물어보는 핵심이 다른 것이다.

이를 감안해 두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자면 일본인들은 '중일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데 공감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여긴다고 해석해야 가장 정확하다.

마이니치신문이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묻지 않아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비슷한 응답이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대부분 일본인들은 한일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 결과는 조심해서 해석해야 한다. 질문의 늬앙스 차이, 질문을 하는 순서의 차이 등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익 성향의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이 집단적 자위권이나 위안부 문제 등에 조사하면 아베 신조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치가 나온다.

따라서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 결과를 보고 '일본인들은 이제 한일 정상회담조차 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구나', '일본인들이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라고 확대해석해선 한일 기류를 정확히 읽지 못할수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일#정상회담#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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