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독교인 급증에… 십자가 사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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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지식인에 급속히 확산… 反체제인사양성소 의혹 눈초리
건축법 위반 내세워 무더기 철거

11일 오전 5시 중국 저장(浙江) 성 원저우(溫州) 시 웨칭(樂淸) 바이샹(白象) 진의 ‘관터우(琯頭)’ 교회에 철거반원 100여 명이 들이닥쳐 십자가를 철거했다. 수일째 밤샘하며 십자가를 지키던 신도 수십 명이 철거반원들과 충돌했고 일부는 진압 곤봉 등에 맞아 다쳤다고 홍콩 싱다오(星島)일보가 최근 보도했다. 바이샹 진 당국은 공권력 행사 수일 전 ‘건축 면적이 규정보다 넓다’는 이유를 들어 십자가 자진 철거를 통보했고 이날 기습적으로 철거에 나섰다.

앞서 저장 성 정부는 4월 28일 원저우 시 융자(永嘉) 현에 있는 싼장(三江) 교회의 규모가 허가 면적인 1800m²보다 5배 이상 넓은 1만 m²가 넘는다“며 강제 철거했다. 전국의 신자 3000여 명이 몰려와 철거를 막으며 한 달가량 협상을 벌였으나 소용없었다. 관터우 교회처럼 ‘건축법’ 위반 등을 이유로 난데없이 ‘십자가 사냥’을 당한 곳이 올해 4월 이후 100여 곳, 철거된 교회도 60여 곳에 이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밍징왕(明鏡網) 등은 원저우를 시범으로 벌어지는 잇단 교회 철거는 건축법 위반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내면에는 기독교의 성장세가 너무 빠른 데다 교회가 민주화운동 세력과 연관돼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학생지도자로 ‘21명의 수배자’ 중 한 명인 장보리(張伯笠) 목사는 “원저우에서 탄압을 받는 교회는 대부분 국가의 허가를 받은 교회들”이라며 “가장 큰 원인은 너무 빠른 속도로 기독교 신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 기독교인 수는 2300만 명가량. 비합법인 ‘가정 교회’ 신도 등을 합치면 1억 명에 가깝다는 설도 있다. 미국 퍼듀대는 중국의 기독교인 수가 2025년엔 1억6000만 명, 2030년엔 가톨릭 신자를 포함해 2억47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중국이 멕시코 브라질 미국 등을 뛰어넘는 세계 최대의 기독교 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중국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젊은층과 지식인까지 대거 포함된 기독교 신자의 급격한 증가는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을 약화시킬 것으로 중국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공산당 집권체제에 위협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더욱이 톈안먼 사태 이후 민주화 반체제 인사 중 상당수가 기독교인이어서 ‘기독교인=반체제 인사’라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현재 중국 내 기독교 신자의 70% 이상이 1989년 6·4사태 이후 기독교인이 됐다는 자료도 중국 당국을 긴장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밍징왕은 전했다.

미국 펑서우화샤(豊收華夏·Harvest Chinese) 기독교 교회에서 목회 중인 장 목사는 “중국 정부가 민감한 문제를 처리할 때 늘 그러듯이 기독교 발전이 가장 빠른 지역인 원저우를 먼저 타깃으로 삼아 조치를 취한 뒤 국내외 반응을 지켜보며 전국적으로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기독교#중국#반체제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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