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反中시위대-中근로자 충돌 21명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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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대만계 철강 공사장 난입… 건설참여 한국인 근로자 피해없어

베트남 근로자들의 반중(反中) 시위가 격해지면서 중부 하띤 성에서 14일 밤 베트남 시위대와 중국인 근로자들이 충돌해 중국인이 처음으로 숨지는 등 21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이 베트남과 분쟁을 빚고 있는 해상에서 석유 시추를 강행한다는 소식에 격분한 베트남 근로자 시위대는 이날 하띤 성에 건설되고 있는 포모사플라스틱그룹(대만 기업)의 철강공장으로 몰려갔다. 이들이 현장에서 이 기업에 고용된 중국인 근로자들과 충돌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베트남인 5명과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16명 등 총 21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사상자 규모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포모사플라스틱그룹은 15일 성명을 내고 시위대 공격으로 중국인 노동자 1명이 숨지고 9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중국인 1명이 숨지고 141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영문판에서 “폭력 시위 발생 이후 아직까지 10여 명의 중국인이 행방불명 상태”라고 전했다.

이 철강공장 건설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인 근로자 200여 명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駐)베트남 한국대사관 측이 밝혔다. 대사관 관계자는 “하띤 성 현지에서 포스코건설과 삼성물산이 공사를 하는 중이었고 근로자들은 안전한 통제구역으로 들어가거나 수십 km 떨어진 곳으로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반중국 시위가 격화되자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중국은 경악했다”며 “주중 베트남대사를 다시 초치해 엄중히 항의하고 중국인의 안전 보장을 위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자국민의 베트남 여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시위를 피해 베트남을 빠져나오려는 중국인이 늘어 비행기표도 동이 났다. 광저우(廣州)일보는 16, 17일 호찌민을 출발해 광저우로 가는 여객기의 일반석 티켓이 모두 팔려 비즈니스석만 남았다고 보도했다. 대만 중화(中華)항공은 15일 자국민 이송을 위해 베트남에 보잉747 특별기를 투입하고 기존 여객기도 대형 기종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베트남 바로 옆 캄보디아로 몸을 피하는 중국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경찰 당국은 “14일 하루에만 600여 명의 중국인이 국경을 넘어 왔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베트남#반중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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