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토대, 731부대 관련 33명에 박사학위 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생체실험 의학적 성과 인정 드러나

일본 의학의 산실인 국립 교토대가 생체실험으로 악명을 떨친 일본군 ‘731부대’ 관련자들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니시야마 가쓰오(西山勝夫) 일본 시가대 의대 명예교수는 교토대 도서관과 국회 도서관 등의 소장자료 목록을 검색해 2012년 ‘사회의학연구’라는 학술지에 발표한 ‘731부대 관계자 등의 교토대학 의학부 박사 논문의 검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본보가 확보한 논문에 따르면 731부대장이었던 이시이 시로(石井四郞)가 교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던 1927년부터 1960년까지 33명의 731부대 관련자가 학위를 받았다. 이 가운데 14명은 군의장교였고 9명은 기사(技師)로 적어도 23명이 부대의 주요 간부였다.

논문 중에는 ‘특수대량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생균(독성을 약화시킨 생바이러스) 건조 보존의 연구’, ‘약한 독성의 페스트균 동결진공건조법에 의한 생존보존방법 연구’ 등 731부대의 생체실험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저작들이 다수 포함됐다.

당시 박사학위 수여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승인을 거치게 돼 있어 반인도적인 전쟁의학 범죄를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묵인한 셈이다. 니시야마 교수는 논문에서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연구에 종사한 사람에게 학위를 주는 과정에서 교토대와 관할 부처인 문부과학성이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731부대 장교를 지낸 인사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국대 의학부에 제출한 의학박사학위 논문을 문부과학성이 인정한 사례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일본군은 731부대 이외에도 해군군의학교와 규슈대 등 일반 의대에서도 생체실험을 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1932년 만주 하얼빈 근교에 세워진 731부대는 존재 자체를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 채 포로로 붙잡은 중국인과 한국인 러시아인 등을 상대로 각종 세균 실험과 독가스 실험 등을 자행한 일제 전쟁범죄의 대표 격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종전 후 미국은 생체실험 연구결과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이시이 부대장 등 관련자들을 처벌하지 않았고 일본에 돌아온 731부대 관계자들은 의과대학 학장 등을 지내는 등 일본 의학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교토대#731부대#생체실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