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中주둔 일본군의 편지 “만주여성만 보면 겁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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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제만행 기록물 잇달아 공개… “아이들도 살해” 잔악한 행위 폭로

‘아이들이 불쌍했지만 눈물을 머금고 죽여야 했다.’

중국이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증명하는 각종 기록물을 잇달아 공개하며 일본의 신(新)군국주의 행보를 막기 위한 여론몰이에 나섰다. 지린(吉林) 성 기록보관소가 최근 공개한 일본군 편지들을 분석한 광밍(光明)일보는 14일 일본인들조차 자신들의 잔학한 행위를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화중(華中·허난 후난 후베이 등 3개 성)부대에 배속된 한 일본군 병사는 1938년 3월 12일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학살의 참상을 언급했다. 그는 “부근에 1만 명 정도의 적 잔병이 있는데 불쌍한 것은 이 지역의 일반 백성들”이라며 “(민간인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가련하지만 눈물을 머금고 살해한 적도 적지 않다”고 썼다.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 부대의 한 병사는 같은 해 6월 8일 아내에게 보낸 글에서 “성폭행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쓰는 말을 들어보고 만주 여성이라고 판단되면 성폭행한다. 군인 수백 명에게 겁탈당한 여자도 많다”고 적었다.

이번 편지는 일본군이 남긴 ‘우정검열월보’에서 발췌한 것이다. 우정검열월보는 일본군이 자신들의 만행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점령지 내 자국 군인과 국민의 편지를 검열한 뒤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매달 작성한 보고서다. 이 내용이 담긴 서신은 폐기했다. 일본군의 잔혹성을 입증하는 자료는 여럿 있었으나 일본인 스스로 작성한 만행 기록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지린 성 기록보관소가 이번에 공개한 우정검열월보는 217권, 1만7442쪽 분량. 이 중 복원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은 160권이다. 지린 성 기록보관소는 앞서 10일 일본 관동군의 위안부 징용 관련 문서와 731부대가 저지른 생물학 무기 개발 실험 자료 등을 공개하며 만행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을 압박했다.

중국 외교부는 16, 17일 외신기자들을 랴오닝 성 기록보관소와 선양 연합군포로수용소에 초청해 일제 만행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에 최초로 공개하는 자료도 있다고 예고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일본군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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