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지사 선거 고이즈미의 ‘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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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원전 호소카와 前총리 지지… ‘정치제자’ 아베 독주에 견제구

2월 9일 일본 도쿄(東京) 도지사 선거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72·2001년 4월∼2006년 9월 재임) 전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60) 총리 간 ‘사제(師弟) 대결’로 번지고 있다.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으로 진보 성향의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75·1993년 8월∼1994년 4월 재임) 전 총리가 후보로 나선다. 그는 14일 고이즈미 전 총리와 도쿄 도내에서 50분간 회동한 뒤 입후보를 선언했다. 그는 “고이즈미 씨에게 강력한 지원을 부탁했고 ‘나도 함께한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 고이즈미와 진보 성향 호소카와.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다른 두 전직 총리를 ‘탈(脫)원전’이 이어줬다. 지난해 탈원전을 선언하며 아베 총리와 대립각을 세워 온 고이즈미 전 총리가 출마를 권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이날 “도쿄가 원전을 없애고도 나아갈 수 있는 모습을 보이면 반드시 국가를 바꿀 수 있다. 호소카와 씨의 당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별도 후보를 내지 않고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65) 전 후생노동상을 밀기로 했다. 지난해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참패해 의원직을 내놓고 출마하려는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승부사’로 불린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금도 인기가 높다. 그런 그가 미는 호소카와 전 총리가 이기면 아베 내각은 원전 재가동 정책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에 타격을 입는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반란’에 아베 총리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베 총리를 ‘차기 총리’로 발탁해 관방부(副)장관, 자민당 간사장, 관방장관 등을 맡겼고 2006년 최연소 총리 당선의 길을 닦아준 은인이다.

일본 정계는 보수이면서도 자민당 내 비주류였던 고이즈미 전 총리의 독특한 행태를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본다.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내각부 부흥담당 정무관(차관급)의 ‘미래 총리 만들기’라는 의혹도 나온다.

한편 모리 요시로(森喜朗·76·2000년 4월∼2001년 4월) 전 총리는 14일 2020년 도쿄 올림픽 대회조직위원장직을 수락해 전 총리들의 잇단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쿄도지사 선거#고이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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