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체제 변화 유도”… 6자회담과 별개의 多者채널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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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장관 워싱턴 회동

한미 양국이 7일(현지 시간) 합의한 ‘북한 정세 분석회의’는 기존 6자회담과는 전혀 다른 목표와 방향성을 갖고 있다. 6자회담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북한 체제를 살리고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다. 반면 이번에 합의된 회의는 불안한 북한 정세 관측→북한 변화 유도→급변사태 대비 등의 단계를 통해 북한 체제를 사실상 정리하는 수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 북한 변화시킬 전략적 접근 합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 직후 워싱턴 한국 특파원단을 만나 “양국은 북한 핵 문제를 넘어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조성을 위한 전략적 협력도 하기로 했다”고 말해 신설되는 북한 정세 분석회의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한반도 통일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한미가 이런 판단에 이른 결정적인 계기는 장성택 처형이다. 양국은 그동안 김정은 체제가 공고화할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지켜보는 분위기였지만 지난해 12월 13일 장성택 처형 발표 이후 북한 체제 내부에 심각한 권력 갈등과 체제 불안요소가 잠복해 있다는 공동 인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김씨 왕조 체제가 존재하는 한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밑바탕에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런 상황에서는) 전략적이고 주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북한 정세를 논의하자는 것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정책 방향과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양국이 논의할 정책 대안은 △김정은 체제 붕괴 이후 북한 주민들이 한국과의 통일을 바라게 만들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한국의 지도력 확대 △이란 핵 포기를 이끌어 낸 경제제재 강화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양국의 위기 대응 방안 마련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고위급과 실무자급 등 다양한 수준의 회의를 자주 열어 깊이 있는 논의를 전개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선 한미가 시작한 뒤 상황을 봐서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을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미중 양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와 일치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확산 활동에 대처하는 데 있어 한미 양국은 ‘한 치의 빛(inch of daylight)’도 들어올 틈 없이 단결돼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불안한 내부 정세를 억누르기 위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키로 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번 회담은 북한 정세 동향에 초점을 맞춰 보다 심도 있게 분석, 평가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를 강화해 나가는 데 비중이 있다며 북한 급변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 아베 총리 대응에는 온도차

윤 장관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는 역내 화해와 안정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동”이라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의 역사 수정적 태도에 대한 우리의 엄중한 입장을 미국에 분명히 전달했으며 미국 측도 상당 부분 공감대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본에 ‘경고’를 보냈는지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불쾌감을 표현하는 여러 방식이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할 수 있지만 이런 일이 생기면 기분이 안 나기 때문에 그 일을 안 하게 되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성과를 냈던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회의가 최근 열리지 않고 있는 것도 경고와 관련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이 각종 양자 및 다자 모임에서 추진해 온 미국 측 인사들과의 접촉을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후 미국 측이 거절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케리 장관이 아베 총리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보통 양자 회담에서는 제3국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8일 미국이 신사 참배에 실망했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 “비판을 받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연한 역할, 책임을 완수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정미경 특파원
#북한#한미 외교#워싱턴#윤병세#존 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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