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대연정 합의… 메르켈 3기 12월중순 출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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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 17시간 마라톤협상 전격 타결
최저임금 도입-연금 조기수령 등… 증세 없는 재정지출 확대 합의

독일의 여야 정당이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은퇴연금 수령 연령을 낮추는 등 세금 인상 없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대연정 협상안에 전격 합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보수파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중도좌파 사민당(SPD)은 17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27일 오전 5시 이 같은 정부 구성 협상안에 합의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이로써 메르켈 총리는 9월 총선에서 승리한 지 두 달 만에 2017년까지 세 번째 임기를 이끌게 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대연정은 △시간당 8.5유로(약 1만2248원)의 전국적 최저임금제 2015년 도입 △은퇴연금 수령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3세로 낮춤 △2017년부터 저소득층 ‘사회통합 연금’(최대 월 850유로) 도입 △육아를 위한 ‘어머니 연금’ 확대 △외국인 운전자(내국인은 제외) 대상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 법안에 대해 합의했다. 또 임대료 인상 제한, 파생상품 등 금융거래에 대한 과세, 외국인 부모 아래 태어난 독일 국적 아이들에 대한 이중국적 허용, 풍력발전에 대한 보조금 지급 감축 등의 법안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사민당이 주장한 부자 증세 등 세금 인상 공약에 대해서는 “독일 경제에 독이 될 것”이라며 거부했다. DPA통신은 은퇴연금 확대 등으로 2017년까지 정부가 재정지출을 추가로 확대해야 하는 비용은 230억 유로(약 33조1600억 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990년 통일 이후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독일이 성장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증세 없는 재정지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평했다.

특히 독일의 전국적 최저임금제 도입은 전 유럽 국가들이 환영하고 있다. 현재 28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법정 최저임금제가 없는 나라는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키프로스 등 7개국이다. 특히 독일에서는 4000만 명의 현직 근로자 중에 17%가량이 시간당 8.5유로 미만을 받고 있으며, 140만 명이 시간당 5유로 미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과 EU는 독일의 과도한 수출 흑자에 대해 시정을 권고하며 최저임금제 도입을 권고했다. 르몽드지는 “독일의 최저임금제 도입은 내수 진작과 수입 증가로 이어져 유럽 전체의 경기부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협상안은 최종 통과된 것은 아니다. 사민당이 전국 47만5000명의 당원들에게 전체투표로 대연정 참가 의사를 묻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민당은 이번 주말부터 당원들에게 투표용지를 보내 12월 14일경에 개표할 예정이다. 협상안이 사민당원 전체투표에서 승인되면 메르켈 총리는 정부 내각을 인선해 12월 17, 18일경 새 정부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장관직은 사민당에 6명, 기민당에 5명, 기사당에 3명이 할당됐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메르켈#독일#최저임금제#은퇴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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