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SA, 세계 5만개 네트워크에 악성코드 심어 해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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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신문 ‘스노든 문건’ 보도
EU “정보협정 폐기” 美에 경고

불법 정보 수집 의혹을 받고 있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세계 5만 개 네트워크에 악성코드를 뿌려놓고 해킹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럽연합(EU)은 NSA의 도청 행위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과의 정보 관련 협정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네덜란드 신문 NRA는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자료를 인용해 NSA가 전 세계 주요 20개 초고속통신망을 비롯해 로마, 베를린, 세르비아 프리슈티나, 미얀마 양곤 등지의 5만 개 네트워크에 악성코드를 심어놓고 해킹을 해왔다고 25일 보도했다.

NSA 내 ‘맞춤형접근부서’(TAO·Tailored Access Operation)가 이를 총지휘했으며 1000명이 넘는 해커를 고용해왔다는 것이다. 악성코드는 설치자의 의도에 따라 시스템의 정보를 유출하거나 파괴하는 소프트웨어로 평상시에는 ‘수면 모드’로 있다가 명령에 따라 작동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이 온라인 개인정보 수집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미-EU 간 개인정보에 관한 ‘세이프 하버(Safe Harbor) 협정’을 폐기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 협정의 폐기는 EU가 NSA의 도청 행위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EU 고객의 개인정보 데이터를 국경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전송하는 것을 허용하는 이 협정이 폐기되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 정보기술(IT) 기업들의 EU 영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또 유럽인 개인정보에 대한 NSA의 요구 또한 EU의 법적 구속을 받게 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27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한편 미국 영국 등 서방세계 정보당국은 스노든이 최후 협상 수단으로 숨겨둔, 이른바 ‘둠스데이(지구 최후의 날) 파일’에 국제스파이 명단이 들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뉴욕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국제스파이 명단은 최고 수준으로 암호화돼 있으며 고위 당국자 몇 명이 동시에 서로 다른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정보다.

서방 정보당국은 스노든의 문서에 담긴 도청 자료만으로도 세계 정치권이 떠들썩했는데 해외에서 활동해온 스파이 명단이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도청 자료 공개 파문을 능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정보당국은 암호화된 정보를 충분히 해독할 만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미국#NSA#해킹#스노든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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